이란군이 미사일 오발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사고가 났다. 이번에는 자국 군함을 오인 사격해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동 언론인 알자지라는 11일(현지시간) 이란 해군의 말을 인용해 "10일 오후 이란 남부 자스크항 인근 오만만(滿)에서 훈련하던 해군 호위함 자마란호에서 ‘누르1’ 미사일을 오인 사격(friendly fire)해 아군 물류함 코나락호가 격침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해군은 "해상 훈련 도중 '실수(accidentally)로’ 자국 군함에 미사일을 쏴 해군 장병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은 상황"이라며 "실종된 승조원은 20여명으로, 현재 수색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사고 군함에 타고 있던 승조원은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망자들의 시신은 남부 항구도시 차바하르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1270㎞ 떨어진 자스크항 인근 차바하르 해역으로, 이란군은 호르무즈해협으로 연결되는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훈련을 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하는 석유가 전 세계로 퍼지는 주요 운송로다. 세계 석유 운송량의 약 20%, 해상을 통해 팔리는 석유 가운데 약 35 %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새로운 중동의 화약고로 불린다.
이란 국영방송은 "미사일이 코나락호 인근 표적을 공격해야 했지만, 코나락호 그 자체를 표적으로 오인했다. 표적과 코나락호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코나락호가 사정 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프리깃함 자마란호가 미사일을 너무 빨리 쏴버린 게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코나락호가 사고 후 인근 해군기지로 예인됐다. 이란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불에 탄 자국과 선체가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월 8일 이란군은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미군 미사일로 오인해 방공 미사일로 격추,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당시 격추 사실을 부인하던 이란은 증거가 공개되자 뒤늦게 "의도치 않은 인간의 실수(human error)였다"며 낡은 레이더망에 잘못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