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이 아닌 홍대 주점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 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첫 확진자인 용인 66번 환자의 미방문 업소 6곳에서도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황금연휴 이전부터 이미 여러 곳의 지역 사회에서 이름바 ‘조용한 전파’가 진행 중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12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A씨는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각각 이태원 지역 클럽인 핑크엘리펀트와 피스틸을 방문했다. 이 클럽들은 A씨가 방문하지 않은 곳이다.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은 A씨가 찾았던 3개 클럽(트렁크·퀸·킹)을 중심으로 방문자를 추적해 왔다.
하지만 A씨가 방문하지 않은 소호·힘·더 파운틴·메이드 클럽 방문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이날 미방문 클럽 두 곳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이태원 지역 51개 클럽 중 확진자 발생 클럽은 9개로 늘어났다.
유흥가를 중심으로한 코로나19 지역 확산은 이태원 이외 지역에서도 감지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사회복무요원 B씨(22)는 지난 7일 서울 홍대의 한 주점을 다녀온 이후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태원을 가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휴가 중이었던 A씨는 증상이 나타난 지난 11일에도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A씨와 접촉한 친척 6명과 부모까지 총 8명은 검체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중이다.
지난 10일 기침 증상을 보인 C씨(30)도 양성 판정을 받아 가천대길병원으로 이송됐다. C씨 역시 서울 이태원을 다녀오진 않았다. 그는 지난 8~9일 지인과 함께 KTX를 이용해 부산 광안리를 방문한 뒤 10일엔 혼자 인천 남동구 구월3동 무인 코인노래방과 코인오락실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이번 집단감염의 경로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다 황금연휴를 맞아 클럽을 통해 폭발한 것으로 본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하나의 진앙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진앙지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아마 그 이전부터 지역사회 등에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후 첫 주말인 지난달 24일 이태원 클럽과 같이 밀집된 환경이 조성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해 환자 발생이 늘어난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는 12일 오전까지 102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최대 규모인 서울 구로구 콜센터 169명 다음으로 많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은 앞서 발생했던 집단감염과는 다르다. 교회나 병원, 콜센터 등과 같은 곳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동일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접촉하면서 전파가 이뤄졌다면 클럽이나 주점 등은 불특정 다수가 어느 시점에서 한 공간에 모여 전파가 이뤄졌다.
이처럼 역학적 연결고리가 끊긴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을 5월1일과 2일에서 지난달 24일부터 5월6일까지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