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를 휩쓸며 올해 1분기 가계 소비 지출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또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5.18배에서 올해 5.41배로 0.23배포인트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 불균형이 크다는 의미다.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00원 감소(증가율 0.0%)했다. 재산소득, 근로소득, 사적소득이 각각 52.9%, 3.3%, 14.1% 줄었고, 사업소득(6.9%), 공적이전소득(10.3%) 등이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1분위 소득은 전체 분위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코로나19로 1분위 계층 비중이 높은 임시·일용직 등의 취업자가 줄어든 데 따른 근로소득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작년보다 6.3% 많은 1115만8000원이었다. 전체 분위 중 5분위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사업소득, 사적이전소득이 각각 1.3%, 3.1% 줄었지만 재산소득(44.8%), 근로소득(2.6%), 공적이전소득(36.2%)이 비교적 크게 증가했다. 기재부는 “대규모 사업장 취업자가 증가하고 고액 국민연금 수급이 늘어 전체 소득이 증가했다”고 했다.
소비는 1분위와 5분위 모두 줄었지만 1분위 감소폭이 훨씬 컸다. 1분위 월평균 소비지출은 148만6000원으로 작년보다 10% 줄었다. 5분위 월평균 소비지출은 468만6000원으로 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9만1000원으로 작년보다 5.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조세·사회보험 등 대가 없이 이전하는 지출)을 뺀 수치다.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로 이어지지 않은 흑자액은 141만3000원으로 작년보다 38.4% 늘었다. 그러나 이는 가계경제가 개선된 결과라기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만들어진 ‘불황형 흑자’로 풀이된다.
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 비율인 흑자율은 32.9%로 작년 1분기보다 7.9%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7.9%포인트 하락했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흑자가 났다는 의미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소득 증가에도 소비지출이 감소해 흑자가구 비중이 증가했다”며 “1분기 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