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홍콩 시민 수천명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지역 등에서 마스크를 쓴 홍콩 시민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광복홍콩 시대혁명”(홍콩을 해방하라, 우리 시대의 혁명) “홍콩 독립, 오직 그 길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완차이 지역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손에 든 모습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2일 홍콩 입법회(의회)를 우회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 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또한, 홍콩 입법회는 오는 27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법 안건을 심의한다.
이날 시위에 나온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은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이 법을 물리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야당과 범민주 진영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 내에 중국 정보기관이 상주하면서 반중 인사 등을 마구 체포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야당인 피플파워(人民力量)의 탐탁치(譚得志) 부주석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에 끌려가면서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라고 외쳤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에 대비해 8천여명을 동원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고, 고춧가루 스프레이 등을 뿌리는 등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경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력을 동원해 체포할 것”이라며 불법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시위대 일부를 체포하기도 했다. 홍콩은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하나라는 이유로 8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했다.
한편, 중국의 이같은 '홍콩 길들이기'에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23일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인 크리스 패튼 등 세계 각국 정치인 186명이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추진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추진이 홍콩의 자치에 대한 공격이고, 홍콩에 ‘1국가 2체제’를 적용하기로 한 영·중 공동선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패튼 전 총독은 “홍콩인들이 중국에 배신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는 영국 의원 52명, 미국 의원 17명,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인 등이 서명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은 예정대로 홍콩 보안법을 이번주 안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전인대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을 심의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인대 폐막일인 28일께 홍콩 보안법이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