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더불어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이로써 경영진 부재 리스크 우려가 깊었던 삼성은 한시름 놓게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성에 대한 입증이 이 부회장을 구속할만큼 충분치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속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지난 2018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 사실상 이 부회장을 겨냥해 진행해 온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이 삼성 임원 30여명을 100차례 소환 조사하고 50차례 넘게 압수수색을 실시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여지가 없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1년 반 넘게 진행된 검찰의 수사 동력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다.
재계에서도 “그동안 삼성을 괴롭혔던 외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됨에 따라 삼성 특유의 과감한 투자와 M&A(인수합병), 준법 경영·노사문제와 관련한 대대적인 조직문화 개선 작업 등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