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1천900여명을 정규직인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기존 공사 직원들과 보안검색 요원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 다른 공사의 보안검색 요원들, 취업준비생들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달 말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일단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편제한 뒤 채용 절차를 진행해 합격자를 연내 직고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들이 가장 먼저 반발하고 있다. 공사의 정책에 따르면 직고용 과정에서 상당수의 보안검색 요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2017년 5월 정규직 전환 선언 이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을 통한 적격심사를 거쳐 직고용할 계획이다.
이 전형은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기존 보안검색 요원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보안검색 요원 대부분은 직고용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공개경쟁 방식을 거쳐 직고용된다.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기존 보안요원 외에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기존 보안요원에 가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탈락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공사는 전체 보안검색 요원 중 30∼40%는 경쟁 채용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요원 노조 측은 탈락한 사람들의 고용 안정 방안 없이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 대책을 내놨다며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기존에 공사에서 근무하던 정규직 직원들은 한꺼번에 1천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고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직고용되면 기존 공사 직원들(1천500여명) 수를 뛰어넘기 때문에 노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공사 노조는 이날 저녁 공사의 청원경찰 직고용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사 보안검색 요원들의 직고용이 결정되면서 이들과 달리 공사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다른 비정규직들도 동요하고 있다.
당장 1천700여명에 이르는 보안경비 노동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공사와 협의를 통해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을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슷한 보안 업무를 하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고용되면서 보안경비 요원들도 보안검색 요원들처럼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나 인천항만공사 등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된 다른 공공기관의 보안검색 요원들도 인천공항의 사례처럼 직고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도 동요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취업준비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인천공항처럼 주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취업 정보 카페를 중심으로 '알바로 들어와 정규직 됐다', '이럴 거면 왜 공부했을까'라는 내용의 불만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인가.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평등인가'라며 '이건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적혀있다.
해당 청원은 오후 4시 현재 7만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