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100여명의 원생들이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가운데,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14명 나왔다. 이 가운데 신장 등 기능이 나빠진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안산시 유치원에서도 원생과 교사 등 9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여,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경기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안산시 상록구 A유치원 전체 원생 184명 가운데 99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였고, 원생과 함께 목욕을 한 어린 동생 등 2명도 감염됐다고 밝혔다.
A유치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원생들이 집단 복통과 설사 등을 호소했다. 이에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은 전체 원생과 교직원 등 202명의 검체를 체취해 전수 조사했다. 또 가족 58명과 식재료 납품업체 직원 3명 등 모두 84명의 관련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이고 있다.
검사 결과, 원생 42명, 교사 1명으로부터 장 출혈성 대장균(O-157 균)이 검출됐다.
현재 A유치원 원생 중 22명의 어린이가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14명이 일명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또 이들 중 5명은 신장 기증이 나빠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햄버거병은 장출혈성대장군감염증의 일종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붙은 이름이다. 신장이 불순물을 걸러주지 못해 몸에 쌓이면서 발병하고, 단기간에 신장 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멸균되지 않은 우유나 특정 대장균에 감염된 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지 않았을 때 발병한다.
안산시는 또 정확한 감염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보존식과 조리기구, 문고리, 교실, 식재료 납품업체 조리기구 등 104건의 검체를 채취해 조사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장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안산시는 19일부터 30일까지 A유치원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리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보관해야 하는 보존식 6건을 보관하지 않을 것을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안산시는 이날 B유치원에서도 원아 8명과 교사 1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을 보여 유증상자와 보존식, 검체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유치원에는 원아 167명이 다니고 있으며 교직원과 조리종사자 28명이 근무하고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 경기도, 교육청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