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휩쓴 기록적인 폭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3천여 대를 넘어섰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3일 오전 9시까지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접수 건수는 3041건이다. 추정 손해액만 335억1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원의 14배에 달한다.
손해보험협회 집계 결과, 4일 오전 9시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및 차량 낙하물 피해 접수 건수는 총 4412건에 추정 손해액은 47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는 실제 피해 차량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차 보험 가입률은 60% 수준인 걸 감안할 때 접수되지 않은 피해 건수는 약 2천여 건이 더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폭우가 더 이어질 거라는 기상예보까지 있어 침수차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즉,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적게 잡아도 5천여대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업계는 9월부터 중고차 시장에 침수피해를 입은 차량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침수차 소유자나 판매자가 침수 사실만 제대로 밝히면 거래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침수 사실을 제대로 밝히는 판매자는 거의 없다. 판매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침수차는 '무사고차'로 둔갑해 소비자들을 속이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에서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침수차 구입 피해는 9~11월에 가장 많았고 정비업체 정비 과정에서 발견한 경우(82.5%)가 가장 많았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통해 침수차 여부를 확인한 경우는 극소수(3.0%)에 불과했다.
업계는 침수차를 속아 사지 않으려면 침수차 흔적을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가장 유명한 침수차 흔적은 안전벨트의 오염유무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새 상품으로 교체한다.
또 침수차 흔적이 되는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보이는 침수 흔적을 없애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손전등으로 가속페달 안쪽 끝 부분을 비춰 흙 등이 묻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닦아내기 어려운 위치라) 그나마 나은 방법"이라면서도 "정상 중고차 매물로 나온 침수차를 확인하려면 전문가를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일반 소비자가 침수차를 가려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침수차 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즉시 침수차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을 확인하려면 과거 차량번호를 알아야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상대방의 허가를 받아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