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매우 대단한 날"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브리핑을 자청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대단한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 성공을 위해 백신 및 치료제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발표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입원 후 사흘 안에 처방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FDA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명이 혈장치료제를 처방받았으며, 이 중 2만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FDA는 특히 80세 이하 환자에서 혈장치료제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이며, 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장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FDA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자청해 "진정으로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망률 35%의 감소를 볼 수 있었다면서 "FDA가 이 치료법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이라는 독립적 판단을 내렸다. 이어 "(오늘은) 우리가 고대해오던 아주 대단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혈장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대한 돌파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전했다.
혈장이 에볼라를 비롯한 감염병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돼 왔는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는 엄정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유망하기는 해도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에 동석한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스티브 한 FDA 국장도 "유망한 치료법"이라고만 했다. 취재진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는 틀린 것이냐는 취지로 묻자 한 국장은 즉답을 피했다.
FDA의 긴급승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공화당 전당대회 하루 전 이뤄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통한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날 긴급승인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및 치료제 확보가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대선일 이전에 발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긴급승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FDA에 대한 '트윗 직격' 다음날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FDA 내부에 임상시험을 지연시키는 세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와 또 다른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 때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내 백신 사용 승인에 앞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의무화한 조항을 건너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미 당국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중인 백신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