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입이 6개월 연속 감소하며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흑자는 65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74억5000만달러)보다는 소폭 줄었고, 전년동월(48억6000만달러) 대비로는 크게 늘었다. 경상수지가 이처럼 흑자를 낸 건 지난 5월 이후 넉 달 째다.
8월 경상수지를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끌어올린 건 상품수지의 영향이 컸다. 상품수지는 7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73억9000만달러) 이후로 9개월만에 최대였다. 전년동월대비로 상품수지가 늘어난 건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2018년 11월 반도체 수출 악화 이후로는 세 번째다.
상품수지 흑자가 커졌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의 감소폭이 수출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406억7000만달러, 336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0.3%, 17.3%씩 줄었다. 수입의 감소폭이 수출보다 7%포인트(p) 더 컸는데, 전월(3.4%p) 보다 그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경상흑자가 유지되는 '불황형 흑자'가 더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입 감소의 상당 부분을 원유, 석탄, 가스 등 원자재가 차지했고, 자본재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5.9%(통관기준)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상품수지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서 흑자가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로 수입하는 원자재가 크게 줄어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자본재 수입은 소폭 늘었다"고 했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8억달러로 축소된 것도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했다. 전년동월(-15억6000만달러), 전월(-11억1000만달러) 대비로 모두 적자가 줄었다.
여행수지 적자는 4억7000만달러로, 전년동월(-9억9000만달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입·출국자 수가 1년 전보다 95%씩 감소한 영향이다.
대신 남는 항공기에 화물을 실어나른 탓에 운송수지는 증가하면서 3억9000만달러로 증가했다.
8월 본원소득수지는 6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1년전(20억2000만달러), 한 달 전(19억5000만달러) 대비로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배당소득수지가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국내기업 해외법인이 보내는 배당수입이 감소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48억4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도 4억달러 증가 전환했다. 거주자의 해외주식·채권투자가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다만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는 2억4000만달러 감소 전환했고, 채권투자는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