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지난 17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누명을 쓴 지 32년 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제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검찰을 대표해 윤씨에게 사과했다.
이어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부연했다.
윤씨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그의 억울한 옥살이 20년에 대한 보상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형사보상금은 무죄 선고가 나온 해의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계산한다. 이를 적용해 윤씨가 복역한 19년 6개월을 계산하면 대략 17억 6000 만원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씨의 경우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을 당한 사실이 인정됐기에 국가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어 윤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20억원에서 4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아까운 청춘 20년을 감옥에서 보낸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많은 보상금을 받아도 모자르겠지만 적지 않은 돈인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예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당시 16세) 씨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8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한편, 윤씨는 이날 무죄판결을 받은 뒤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살면서 생각해보겠다. 보상 문제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30년 만에 무죄를 받아 속이 후련하고 앞으로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앞으로는 공정한 재판만 이뤄지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