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이 30일(현지시간) 장장 7년 만에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 기업의 상대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더욱 자유로워지는 한편 미국의 반발 또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EU와 중국이 오늘 포괄적투자협정(CAI)에 관한 원칙적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지표"라며 "유럽 투자자들에게 전례 없는 중국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폰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지속가능성, 투명성, 비차별에 관한 야심찬 원칙에 전념하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과 우리의 경제적 관계가 재균형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새로운 시장 개방을 포함한 시장 접근 확대를 비롯해 국영 보조금, 기술 이전 강제와 관련한 중국 내 EU 기업 공정 대우를 협정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합의는 상호 투자를 위한 더욱 광범위한 시장 접근, 높은 수준의 기업 환경, 보다 강력한 제도적 보장, 밝은 협력 전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개방에 대한 중국의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EU는 세계의 주요 세력이자 시장, 문명으로서 다가오는 2021년 새로운 기회를 육성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한 책임감을 발휘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폰데어 라이엔 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EU 순환 의장국을 맡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가했다.
이번 합의는 실질적으로 유럽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전례 없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유럽기업들은 전기차, 민간병원, 부동산, 광고, 해양산업, 통신 클라우드 서비스, 항공운송 예약시스템과 지상업무 등의 분야에서 중국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정경쟁을 위한 여건도 개선된다. 중국 진출시 중국기업과 합작투자사를 차려야 하는 등의 조건은 폐지된다. 중국은 외국기업으로부터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고, 보조금 지급을 투명화하는 한편, 국영기업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규준도 지켜진다. 이번 합의에는 기후변화 노동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합의는 2014년 1월 협상이 개시된 지 거의 7년 만에 이뤄졌다. 중국과 EU는 서로에 대해 2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 일일 평균 교역량만 10억 유로(약 1조3354억원) 규모다.
EU는 중국의 인권 문제에 거듭 우려를 표명하면서 유럽기업에 대한 시장 접근권 확대와 중국 내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협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타계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합의를 목표로 하며 빠르게 진행됐다.
다만 앞으로 투자협정이 체결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수개월 내지 1년이 걸릴 수 있다. 회원국은 물론 EU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난관 역시 아직 존재한다.
한편, EU와 중국 간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이번 합의는 EU와 미국 간 서구 동맹에 또 다른 긴장 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중 강경책을 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차기 미 대통령 당선인은 EU에 범대서양 동맹으로서 함께 적극적인 중국 견제에 나서길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