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장기간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나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을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5일 오후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며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6일 오전 9시50분 기준으로는 24만 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동의수가 올라가고 있다.
청원인은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아동학대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묵인·방조했다”며 “그 책임의 대가를 반드시 묻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신고의무자가 제출한 수많은 증거와 소아과 전문의의 강력한 숫 요구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2021년을 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며 그때도 경찰과 관계기관은 뒷짐 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같은 해 10월 양천구 목동 소재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신체 곳곳에는 골절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9월까지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달 정인이 양모를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양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정인이 사건'으로 촉발된 분노가 정부를 향하자 정치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지난해 양어머니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 숨진 남자 아이와, 양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여자 아이 등 아동학대 사건이 많았음에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머물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 열고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범정부 총력전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입양 전 예비 양부모 검증을 강화하고, 입양 가정에서 아동학대 발생 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이 입양 가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 방식도 개선, 우선 2회 이상 반복 신고된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선 반기별로 1회 이상 경찰 자체적으로 사후 점검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특히 반복 신고가 들어온 다음날엔 대상 가정을 직접 방문, 분리조치의 필요성, 학대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아동 보호 방안을 점검하도록 한다.
경찰청에는 아동학대 총괄 부서를 신설, 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