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61)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겸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재계 4대 그룹(삼성전자, 현대차, LG, SK) 총수 중 처음이다.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이 1일 오전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최 회장을 차기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도 이날 “추대에 감사드린다. 상의와 구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하겠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이 이달 23일 서울상의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되고,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는 관례에 따라 내달 24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는 4대 그룹 총수로서는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이 되는 것이다. 또, 최 회장 개인으로 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아버지 고(故) 최종현 회장에 이어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된다.
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 약 18만 개의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직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회장은 박용만(66) 회장으로 2013년부터 대한상의를 이끌어왔다. 박 회장은 내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최 회장이 추대되자 재계에선 대한상의의 위상이 강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면서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재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면 대한상의가 전경련의 빈자리를 채우고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경제단체로까지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1980~1990년대에는 정주영·구자경·최종현·김우중 회장처럼 힘 있는 총수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목소리를 내왔다”며 “규제가 강화되는 등 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강한 재계 리더’에 대한 향수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재계가 원하는 4대 그룹 중심의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모든 상공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어려운 직책”이라며 “한국 경제가 반기업 정서를 딛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규제개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