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소득격차를 더 크게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월 59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13.2% 감소했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는 721만4000원으로 1.8% 늘어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4분기 상용직 일자리가 1만9000개 늘어난 가운데,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각각 25만8000개, 9만1000개 줄어들 정도로 고용 취약계층이 집중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을 포함한 전체 소득은 월 164만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공적 이전소득)이 54만3000원으로 17.1% 늘면서다. 다만 재난지원금은 저소득층 뿐 아니라 고소득층도 누렸기 때문에, 5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1002만6000원)은 더 큰 폭인 2.7% 늘었다.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다. 지출은 389만2000원으로 0.1% 줄었다.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1분위 가구에 비해 5분위 가구가 몇 배나 더 버는지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4.64배)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5분위 배율은 2011년 5.15배에서 2017년 4.61배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2018년에는 5.47배로 악화했다. 통계청이 2019년 조사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작년 소득 분배 수준을 2019년 이전과 비교하기는 어려워졌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위기를 버틸 체력이 있는 대기업·유노조 사업장 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취약 계층은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좀비 기업’이 늘어나며 소득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스로 잡은 물고기(근로소득)가 아니라 나라에서 잡아준 물고기(이전소득) 덕분에 허기를 면했다”고 평했으며,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세금을 퍼부어 소득을 보전해도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현재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풀려도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