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이 3월부터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전격 중단한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 가까이 급증하자 판매를 포기한 것.
문제는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중소형보험사들마저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3월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올해 7월에 나오는 4세대 실손보험도 판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17개 생명보험사 중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회사는 9개로 절반을 넘어섰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판매중단 이유로 손해율 급등을 꼽았다. 미래에셋생명의 실손보험(2세대) 손해율은 2017년 77.6%에서 2018년 82.3%로 상승했으며 2019년에는 95.7%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실손보험을 팔면 팔수록 손실이 쌓이고 있다.
또한 최근 설립을 결정한 판매법인대리점 영향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부 설계사 조직을 법인대리점으로 분사하는 ‘제판분리(제조ㆍ판매 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새 판매법인대리점은 내달 8일 출범한다. 판매법인대리점은 미래에셋생명의 기존 상품뿐 아니라 다른 손해보험사 상품도 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자사 상품보다 경쟁력이 높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으로 판매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3월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7월 나오는 4세대 실손보험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해율 부담과 제판분리 이후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판매를 위한 효율성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의 판매 중단에 따라 생명보험사 중 실손보험 판매를 하는 곳은 8곳(삼성ㆍ한화ㆍ교보ㆍNH농협ㆍ신한ㆍ동양ㆍ흥국ㆍABL생명)으로 줄었다. 총 17개 회사 중 절반도 안 되는 생명보험사만이 판매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총 13개사 중 3개사 만이 판매를 중단했고, 10개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가 그나마 판매를 유지 중이다.
실손보험은 크게 2009년 전 판매한 구형 실손보험, 2017년 전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보험 현재까지 판매 중인 착한실손으로 구분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줄이고, ‘제2의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순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두 차례나 상품개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상품의 허점을 활용해 일부 환자와 의사들이 비급여 위주의 과잉 진료를 늘리고, 요양병원 등을 활용한 보험사기가 증가하면 손해율만 겉 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실손보험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적자액만 6조723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3%다.
현재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새롭게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준비 중이다. 4세대 실손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비급여 이용에 따른 ‘할증요금’이 붙는다. 출시는 7월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실손보험의 대거 보험료 인상과 실손보험 판매 중단 등의 요인으로 4세대로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