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만삭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남편이 결국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최종결론이 났다.
18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살인 및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만 유죄로 인정돼 금고 2년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 2014년 8월 23일 오전 3시14분쯤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A씨는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 출신 아내(당시 24세)는 사고로 숨졌다.
검찰은 A씨 아내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살인 등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간접 증거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2심은 사고 두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정황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7년 7월 첫 번째 상고심에서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전고법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하고 상고심 판단 취지에 따라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대전고법은 당시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이 있다”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졸음운전을 인정하며 “만삭의 아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지만, 생명·손해보험회사들이 A씨를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A씨는 보험금을 당장 수령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