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뺑소니는 물론 마약을 복용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보험 가입자가 물어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자동차보험에 가입했어도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 합동으로 마련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의 후속 조치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대폭 강화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는 먼저 음주운전, 무면허, 뺑소니 사고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전액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이런 중대 위반 행위로 사고를 냈더라도 ‘사고부담금’만 내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음주운전의 경우 사고부담금(의무보험 기준)은 대인 최고 1000만 원, 대물 최고 500만 원이다.
정부는 원래 대인 300만 원, 대물 100만 원이던 부담금 한도를 지난해 9월 음주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오토바이로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현재의 기준으로 높였다. 당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2억7천만원이었으나, 정작 가해자가 낸 비용은 고작 300만원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피해 규모와 죄질에 비해 가해자 부담이 여전히 적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아예 한도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사고부담금이 적용되는 중대 위반 행위에 ‘마약·약물 운전’이 추가된다. 지난 9월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대마초를 피운 뒤 환각 상태로 운전했다 7중 추돌 사고를 낸 '부산 해운대구 사고'로 환각 상태 운전이 만취 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때도 피해자 9명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8억 1천만원이었지만 가해자가 부담한 금액은 없었다.
아울러 12대 중과실로 사고를 낸 가해 차량 운전자는 앞으로 자신의 차량 수리비를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없게 된다.
12대 중과실은 ① 신호위반 ② 중앙선 침범 ③ 속도위반④ 앞지르기 위반 ⑤ 건널목 위반 ⑥ 횡단보도 위반 ⑦ 무면허 ⑧ 음주 ⑨ 보도 침범 ⑩ 개문발차 ⑪ 스쿨존 위반 ⑫ 화물고정 위반 등이다.
지금까지는 차대차 사고 시 인명 피해는 가해자가 전액 배생했지만 차대차 사고시 차량 수리비와 같은 물적 피해는 과실 비율에 따라 분담했다. 이렇다 보니 가해 차량이 비싼 외제차라면 오히려 과실이 적은 피해자가 더 많은 수리비를 물어줘야 하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가해자는 앞으로 과실 비율에 따른 피해 차량의 수리비 일부와 자신의 차량 수리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김정희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관은 “이번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은 음주운전 등 중대한 과실에 대한 운전자의 책임을 높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하였다”면서, “신속하고 두터운 피해자 보호라는 자동차보험 제도의 기본 전제 아래에서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지속 발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