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물류 대동맥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로 인해 엿새째 가로막혀 있는 가운데,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몰렸던 전 세계 선박들이 운항을 멈추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수에즈운하 일대 수위는 만조로 인해 최고수위까지 올라갈 것이며, 지금부터 24시간동안의 인양작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만조로 운하수위가 올라간 동안 예인 및 준설작업에 박차를 가해 반드시 좌초선박을 인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고현장에 투입된 전문가들은 이번 작업의 성공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저준설업체로 이번 인양작업에 투입된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베르도프스키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인양작업의 성공확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번 만조 기회를 놓치면 에버기븐호를 빼내는데 며칠이 걸릴지, 앞으로 몇주가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선박 처리가 지연돼 엿새째 물길이 막히면서 물류 피해는 눈동이처럼 커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봉쇄로 인한 배송지연으로 해운업계는 하루 90억달러(약 10조165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 배의 선주들은 하루 6만달러씩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운하개통 재개를 기다리는 선박은 429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선사들은 남아프리카 우회항로를 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이미 선박 15척의 항로를 바꿨다.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거치는 시간이 수에즈 운하에서 줄을 서 대기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노선 거리가 약 6천 마일(약 9천650㎞)이 늘어남에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2위 선사인 MSC도 최소 11척의 항로를 희망봉 경유로 돌리고 최소 2건의 선박을 돌려보냈다면서 "사고로 인해 항해 취소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해운사들도 항로를 변경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9일 부정기선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를 최종 결정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극동발 유럽향 선박은 당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슬로베니아 코퍼항 등 유럽 주요 항구에 기항할 예정이었다.
한편, 수에즈 운하 봉쇄로 화물 도착이 늦어지며 제조기업들은 물류대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선박 운임이 상승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