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2일(현지시간) 일제 강제징용의 상징 ‘군함도’를 2016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며 조선인 강제노역과 인권침해 등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안내하라고 한 권고를 일본 정부가 지키지 않자 일본의 세계유산 관리 방식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WHC는 결의문에서 군함도를 다룬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선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공식 명칭이 ‘하시마’인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항으로부터 남서쪽 18㎞ 해상에 있는 섬으로, 일제강점기에 해저 탄광이 있었다.
일본은 1943~1945년 이 탄광에서 일할 500~800명의 조선인을 끌고가 강제 노역을 시켰다. 이 과정에서 구타와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고, 122명이 질병, 탄광사고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인 2015년 군함도 등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 포함된 근대 산업시설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징용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군함도 역사를 소개한다며 도쿄에 설치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물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정확히 기술하지 않았다.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는 되레 강제노역과 인권침해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의 옛 군함도 주민 동영상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7∼9일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을 담은 실사 보고서를 지난 12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조선인 징용 등 강제노역과 인권침해 역사를 제대로 알리도록 전시관을 개선하라”고 거듭 촉구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약속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왔다”며 억지를 부렸고, 결국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
결의문은 일본이 2018년 6월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당시 결정에는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이 이뤄진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