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에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식당 영업 금지로 인해 공급처가 없어 산지 폐기되던 화천 애호박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의 주문행렬로 폐기 물량의 절반 가량인 112t을 팔았다.
화천군은 26일 "애호박 산지 폐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부터 26일 아침까지 112톤의 주문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국 애호박 유통량의 70%를 생산하는 화천군은 최근 애호박 산지 자율감축에 나섰다. 올해 잦은 비와 높은 온도로 애호박 생산략이 지난해보다 14% 많아졌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수업 제한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에서의 수요도 줄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 상자에 1만1410원까지 올랐던 애호박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2423원까지 급락했다. 가격이 반 토막도 아닌 5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이마저도 평균 가격으로 실제 농민들이 판매하는 애호박은 등급에 따라 1000원 이하의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있다.
팔아도 포장박스 값도 나오지 않게 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3일까지 213t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화천군이 직영하는 농특산물 판매 누리집 ‘스마트마켓’(http://hwacheonsmartmarket.com/)을 통해 애호박 20개가 들어있는 8㎏ 한 상자를 6000원에 팔기로 했다. 택배비도 무료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스마트마켓을 통해 1만 상자를 주문했다. 우체국 쇼핑몰에서는 25일 2000상자가 완전판매된 데 이어, 26일 오전에도 불과 1시간 만에 배정된 물량인 2000상자가 다 팔렸다.
이는 화천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과 맞먹는다. 또, 정부와 농협이 합의한 산지 폐기 분량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화천 스마트마켓 관계자는 “주문이 갑자기 몰려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초과했다”며 “당일 수확, 당일 유통하는 애호박 특성상 주문받은 순서에 따라 차례로 배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주문 열풍은 폐기 처분도 중단시킬 정도다. 김상덕 화천군 농산물마케팅팀장은 “밀려드는 주문 덕분에 오늘까지만 산지 폐기를 진행할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본격적인 애호박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농민들도 피땀 흘려 키운 애호박을 폐기하는 것보다 적은 이윤이라도 받고 판매할 수 있게 돼 무척 좋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