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 대통령 전두환(90)씨가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다시 광주로 향했다. 지난해 11월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한 이후 252일 만이다.
전씨는 9일 오전 8시2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섰다. 회생 양복에 마스크를 쓴 전 씨는 취재인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저택 정문에서 검은색 대형 세단 뒷자리에 올랐다.
지난 1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을 포함해 이날은 전씨의 4번째 광주행이다. 전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선고기일 등 참석을 위해 총 3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당초 전씨는 이날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재판부가 "출석 없이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한 만큼 제재 규정에 따라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출석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전씨가 앞선 공판에서 2차례 연속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자 형사소송법 365조 2항(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에 따른 결석재판을 허가했다.
재판부가 결석재판을 허가하되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증거 신청 제한 등 불이익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전씨 측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쓰는 등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1월30일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