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코로나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질병’으로 분류하던 것을 종료하고, 코로나 방역을 위한 모든 제한 조치를 다음 달 10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그누스 해우니케 덴마크 보건 장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코로나를 관리할 수 있다”며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도입했던 특별 규정들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봉쇄 해제를 발표한 영국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로 코로나19를 더 이상 심각한 전염병이 아닌 ‘감기’처럼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덴마크의 이같은 결정은 높은 백신접종률에서 나왔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12세 이상 인구 중 80%가량이 접종을 완료 했다. 접종 완료자 비율(71%)도 EU(유럽연합) 국가 중 몰타(80%), 포르투갈(73%)에 이어 셋째로 높다.
코로나를 일반적인 병으로 취급하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제한 조치도 자연스레 해제될 예정이다.
덴마크에서는 그동안 보건 증명서인 ‘코로나 패스’가 있어야 식당, 영화관 등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 따라 다음 달 10일부터는 코로나 패스가 없어도 나이트클럽이나, 축구 경기 같은 대형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다.
덴마크는 작년 3월부터 학교 등을 닫고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가, 지난 4월 ‘코로나 패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보건 당국은 마스크 의무 착용, 집회 제한 등의 조치도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또 하루 신속항원 검사 횟수도 20만건에서 10만건으로 줄일 예정이다.
덴마크의 이번 조치는 최근 영국을 필두로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도입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해당 국가들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더라도, 백신 접종이 증가했기 때문에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이달 기준 백신 접종 완료자 중 돌파 감염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코로나 중증을 앓을 확률은 0.005%, 사망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영국은 지난달 19일 봉쇄 조치 전면 해제를 발표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으로 바꿨고, 결혼식·장례식 등 참석 인원 제한도 풀었다. 1m 거리 두기도 사라졌다. 나이트클럽에 가거나 축구 경기를 보러 갈 경우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을 권고하지만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프랑스는 올해 11월 15일까지 식당, 카페, 술집, 영화관, 박물관 등 다중 이용시설에 들어갈 때 보건 증명서를 요구하나 모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무 규정만 적용되고 있을 뿐 나머지 방역 규칙은 거의 사라졌다.
싱가포르도 방역 규제를 추가 완화했다. 웅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장관은 29일 “우리 인구의 80%가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싱가포르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한해 지난 10일부터 식당에서의 취식을 허용했으며, 쇼핑몰과 영화관 이용 정원을 늘렸다고 전했다.
다만 덴마크의 이번 조치에 대한 경계의 시선도 있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영국에서는 시행 초기 2만명대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가 다시 3만명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해우니케 장관은 성명에서 “팬데믹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정부는 코로나가 다시 사회의 주요 기능들에 위협이 될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