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설에 휩싸이며 전세계 증시를 휘청이게 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오늘(23일) 자금난 위기의 첫 고비를 맞는다.
헝다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자 2억3200만위안을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헝다는 23일 두 종류 채권에 대한 이자로 각각 988억원(8350만달러)과 425억원(2억3200만위안)을 갚아야 한다.
오는 29일에도 채권 이자 562억원(4750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또 은행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 105조원(5718억위안) 중 절반가량을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그동안 대출에 의지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헝다는 최근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만일 헝다가 도산하면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선(先)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8440개 협력사가 줄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돈을 빌려준 중국 은행들이나 미국·스위스·프랑스 등의 대형 금융사들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연상시키는 ‘중국판 리먼 사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가 파산하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중국 건설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력과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 등을 감안하면 중국판 리먼 사태는 과장된 우려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헝다의 위기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헝다가 발행한 달러 채권은 32조원(266억달러) 규모로 미국 블랙록·스위스 UBS·프랑스 아문디 등이 상당 부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20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헝다그룹의 주가는 전일보다 10.2%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헝다발(發) 위기 우려에 다우(-1.79%)·나스닥(-2.19%) 등 대표 지수들이 급락했다.
헝다 주가는 21일엔 하락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다. 22일 홍콩증시는 중추절 연휴로 휴장했다.
한편, 몇몇 전문가들은 헝다 사태가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아니며, 중국 정부가 나서지 않을 거라고 봤다.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헝다의 부도 위기가 중국 경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헝다 사태는 중국 자본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