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탈레반과 협력할 수도 있다고 공감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주재한 아프간 특별회의에서는 무장정파 탈레반의 아프간 탈환 이후 인도주의적 위기와 테러리즘 방지 등이 논의됐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도적 비상사태를 해결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 제재를 본격화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의 집권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드라기 총리는 "탈레반을 개입시키지 않고 아프간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라며 협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탈레반은 그들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리 외 G20 정상들도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공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 촬영 영상을 통해 "한국은 아프간이 평화적으로 재건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국제사회는 포용적이고 대표성 있는 아프간 신정부 수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프간 신정부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탈레반의 점진적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제사회는 아프간의 4000만 인구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으면 안된다"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지도자들은 IS-호라산(IS-K)로부터의 위협에 맞서는 대테러 노력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한 연설에서 "탈레반은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아프간에서 극단주의를 몰아내고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한 포용성을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G20 정상이 화상으로 참석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아프간 특별회의에 참석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념을 강요하거나 내정을 함부로 간섭하고 군사개입까지 하는 것은 계속되는 혼란과 빈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심각한 인도적 재난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들은 아프간에 독자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국제 금융기관은 아프간 빈곤 감소, 사회 인프라 등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G20은 주권, 독립 그리고 영토를 존중해 아프간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 그리고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아프간은 국제 원조 중단과 달러 부족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여기에 가뭄으로 인한 식량 위기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이날 아프간에 10억 유로(약 1조3820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아프간의 주요 인도주의적·사회경제적인 붕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아프간과 그 주변국에 7억 유로(9674억원)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아프간 특별회의는 이달 30일부터 이틀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불과 3주 앞두고 열렸다.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 변화, 세계 경제 회복, 영양실조, 코로나19 대유행 등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