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통증을 호소하는 수법으로 병원에서 마약성 물질이 함유된 진통제를 대량으로 처방받아 투약하거나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또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처방해준 의사 9명도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성 진통제(펜타닐 성분)를 투약·판매한 A(27)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진단서와 처방 이력 등을 확인하지 않고 A씨 등에게 처방전을 내준 혐의로 60대 B씨 등 의사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펜타닐은 아편, 모르핀 같은 아편 계열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환각 성분이 높고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전지역 병원을 찾아가 “전에 수술을 받았는데 몸이 아프다”며 허위로 통증을 호소한 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더 많은 펜타닐 패치를 확보하기 위해 타인 신분을 도용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이렇게 처방받은 1만장 가량의 펜타닐을 한 장당 100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과 함께 경찰에 검거된 대전지역 9명은 환자의 요구대로 진통제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기존 처방전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일부 의사는 진단서와 수술 병력 등도 확인하지 않고 간단한 문진만으로 진통제를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들은 경찰에서 “젊은 애들이 불쌍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환자들의 허위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알고도 의사들이 진통제를 처방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검거된 투약자와 가족들에게 치료를 권유했다. 투약자 26명 가운데 6명은 “치료를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겠다”며 입원을 결정했고 현재 입원 또는 통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소 등과 협업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식약처 등 관계기관에 의사가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할 경우 반드시 기존 처방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관련 법 개정도 요청할 예정이다.
대전경찰청 김재준 마약범죄수사대장은 “마약류는 호기심이나 실수로 경험하더라도 중독성과 의존성이 생겨 끊기가 어렵고 끊더라도 뇌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마약류 유통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로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