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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조기환
  • 등록 2024-12-09 13: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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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gv

빌 펄롱(킬리언 머피 분)은 석탄 배달 업체를 운영하며 아내, 다섯명의 딸과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여느 때와 같이 석탄을 배달하던 어느 날 새벽, 수도원에서 석탄 창고에 갇힌 세라 레드먼드(자라 데블린)를 목격한다.

이후 펄롱은 어린 시절 기억과 함께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가족들과 소박하게 살아가던 소시민이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한 뒤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 소설은 원서 기준 116쪽의 분량으로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작품'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섬세한 문장을 바탕으로 미묘한 암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영화도 원작 소설의 작법과 닮아 모호하고 암시적이다. 명시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요소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 드러내는 식이다. 가령 펄롱이 무엇을 배달하는지, 석탄 배달 업체를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지 등이 한 번에 드러나지 않고 검은색의 사물, "석탄"이라는 대사, 펄롱이 직원들의 술값을 내는 모습 등을 순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드러난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주인공 펄롱의 얼굴이다. 소설처럼 직접 인물의 내면을 서술할 수 없는 영화가 택한 방식이다. 직원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등의 장면에서 펄롱이 주위 환경에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펄롱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영화의 핵심 역할을 무리 없이 처리해낸다.

수녀원장을 맡은 에밀리 왓슨의 섬세한 연기도 눈에 띈다. 펄롱과의 만남에서 눈가의 미묘한 변화로 인물의 감정을 보여준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그는 이 역할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다만 이러한 작법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는 펄롱의 기억을 통해 어린 시절 펄롱을 챙겨준 인물인 네드와 펄롱 어머니와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 끝까지 알기 쉽지 않다. 펄롱의 마음을 서술함으로써 관계의 미묘함을 설명해낸 소설보다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집중력을 발휘해 요소 하나하나를 세심히 감상해야 하는 점도 관객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 제작자이기도 한 킬리언 머피는 원작에 충실한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에는 킬리언 머피 외에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도 참여했다. 연출은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에서 킬리언 머피와 호흡을 맞췄던 팀 밀란츠 감독이 맡았다.

98분.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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