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어느 밤, 술에 취한 아빠는 자신에게 자살한 누나가 있음을 고백한다. 이후 사람들을 만나 내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모가 있었다고 말하면, 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궁금했다. 왜 가족의 비밀 이야기 속 주인공은 늘 고모나 이모일까?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 ‘양주연’은 고모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아빠를 설득해 인터뷰하며 ‘가족의 비밀’에 관한 수십 년간의 침묵을 깬다. 오래된 가족 앨범을 펼치고, 호적 등본을 살피고, 고모가 다니던 학교에 찾아간다. 고모의 동창,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집을 떠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딸이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말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은 연인인 고모 ‘양지영’을 알게 된다. 이어 고모를 둘러싼 억압과 차별, 규범의 폭력을 돌이키며 고모의 삶과 죽음을 재구성한다. ‘고모’라는 렌즈로 가족의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고모가 느낀 감정, 고모가 남긴 질문이 사실은 오래전 ‘주연’ 자신도 느끼고 떠올렸던 것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적인 이야기로 출발한 서사는 고모를 닮은 여성들을 비추며 더 멀리 나아간다.
잊힌 죽음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오랜 금기가 깨지고 비밀이 드러난 자리에는 무엇이 올 수 있을까? 금기, 수치심, 낙인 등 여성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바를 표면화하기 어렵게 하는 여러 기제들을 살피고 “이름 없는 여자”의 “이름”을 다시 새기며, 이 책은 여성을 둘러싼 억압과 차별을 “‘여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그리하여 ‘여자들의 생을 기억하라’는 초대로 바꾸어 낸다”.
양동 쪽방촌을 다룬 〈양동의 그림자〉(2013)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학내 청소노동자를 조명한 〈내일의 노래〉(2014), 광주항쟁에 대한 외할머니의 기억을 다룬 〈옥상자국〉(2015) 등 사적인 서사와 사회적인 서사를 탁월하게 연결하는 다큐멘터리로 평단의 찬사를 받아 온 양주연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인 〈양양〉은 제11회 부산여성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제21회 EBS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초이스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32회 캐나다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다. 이 책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글로 옮기고, 촬영기와 소감, 제작 이후 에피소드 등을 추가해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