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태와는 무관하다며 안보리가 조치를 취하면 군사보복에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선호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가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을 자극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길 바란다"며 경고했다.
신 대사는 "만일 안보리가 북한에 의한 검증이 없이 일방적인 남측의 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천안함 사건을 공식 논의한다면 분쟁 지역에서 한쪽 당사자를 배제한 채 안보리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유엔 헌장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안보리가 의장성명이나 대북결의를 채택할 경우 어떻게 할 지를 묻는 질문에 "안보리가 우리를 비난하거나 우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어떤 자료라도 배포한다면 외교관인 나로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안보리의) 어떤 조치도 전적으로 거부할 것이며, 후속 조치들은 우리 군에 의해 수행될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신 대사는 이와 관련해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지금 한반도는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touch-and-go)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남한이 발표한) 천안함 조사결과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고, 남한의 정치적 일정과 미국의 지역 이해가 맞물려 이뤄진 예정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사는 남한이 6.2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20일에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지적하면서 "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려 했지만 결과는 역풍으로 나타나 여당이 패배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남한과 일본을 그들의 수하로 만드는 삼각연대 구축을 다시 가속화하는 데 천안함 사건을 활용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미군의 오키나와 주둔을 연장시켰고 진보적인 하토야마 정권의 퇴진을 유도하면서 미국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날은 서해상에서 남한과 미국의 연례 군사훈련이 실시되던 때였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최첨단 장비를 갖춘 남한과 미국 군함이 잠수정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함께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이라든가 남한 군당국이 천안함 침몰 당시 동영상과 교신 일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사는 민.군 합동조사단에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국가들은 조사결과가 나오기 나흘 전에야 참여하거나 기술적 자문만을 했을 뿐"이라며 "조사 결과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의문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따라서 "남한 정부가 우리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우리가 직접 가서 현장을 조사하면 분명한 원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의 위성(나로호 발사체)이 실패한 원인도 우리의 어뢰 공격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는 정말 웃기는 조사결과이고 모자이크 시나리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 시점에서 북한을 방문해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우리 조사단이 현장을 가서 조사하는 것이 가장 우선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이날 유엔 안보리 조치에 맞서 군사적 대응방침까지 밝히고 나선 데 대해 "불행하게도 이런 발언들은 북한을 특징짓는 상투적 도발행동처럼 들린다"고 비난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행동에 변화를 주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어 "천안함 조사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이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번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일을 진전시켜 나갈 수는 없다"면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고, 만일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그에 합당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정부 합동조사단도 안보리 회원국이 아닌 20여개국의 대사를 초청해 별도의 설명회를 가졌고, 전날 가졌던 남북 양측의 브리핑 직후 안보리도 1차 비공식 협의를 가지는 등 천안함 사태에 대한 협의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다 안보리이사국들이 다음주부터 열흘동안 아프가니스탄 현장 시찰에 나설 예정이어서 최종결론은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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