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되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권력. 한국 검찰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검찰은 권력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무소불위’는 이 나라 ‘검찰’이란 말 앞에 착 달라붙는 형용어구가 되었다. 수사권 독점.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공소 유지권. 이미 진행중인 형사재판까지 중단시킬 수 있는 공소 취소권. 기소권 독점. 기소편의주의라는 이름의 기소 재량권. 영장청구권 독점.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한국 검찰은 독점하고 있다.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데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이 정하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것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일정한 ‘정치적 독립성’ 노력을 보이던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급속하게 ‘권력의 손발’로 되돌아갔다. 그 위세는 커졌지만, 국민은 검찰을 믿지 못한다. 검찰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스폰서 검사”에서 “그랜저 검사”, “정치검찰”, “최대 암적 존재”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중 제대로 하지 못한 일 중 가장 큰 것을 꼽는다면 필경 검찰 개혁일 것이다. 그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했으되 그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의 퇴임 뒤 지켜지지 않았고, 끝내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이명박 정부하 검찰의 행태를 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절규했다.
이제 국민이, 검찰 개혁의 깃발을 들어야만 한다. 형법학자와 변호사, 인권운동가 네 명이 모여 이 책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쓴 이유다. 이들은 말한다. 검찰 개혁은 진보적 개혁도 다른 무엇도 아닌 ‘민주화’의 과제다.
기소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 할 미네르바 사건, 피디수첩 사건 등을 통해 검찰은 법률이 정한 역할을 넘어서 스스로가 가치와 사회정의를 판단하는 데에까지 나아갔다고 이 책은 진단한다. 미네르바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는 겉보기엔 ‘검찰 완패’지만, 실상 검찰은 “미네르바처럼 인터넷공간에서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글쓰기를 하면 언제든지 수사망에 걸려들어 구속되고 재판에 설 수 있다는 교훈을 네티즌 일반에 전달했다.”
정부조직법상 행정부(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한 조직이 어찌하여 ‘검찰공화국’임을 실감케 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나.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앞서의 유례없는 독점 권한들이 주어진 데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이 독점 권한은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검찰권은 통제되고 감시돼야 한다. 기소권은 검찰이, 수사권은 경찰에 줘야 한다. 이는 영미법계 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영미법 국가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아예 분리시켰다.
독점 부작용 방지다. 프랑스는 기소권의 일부를 판사가 갖고 있다. 독일은 기소편의주의 남용을 막기 위해 기소 법정주의를 하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도 재고돼야 한다. 재정신청은 고발사건까지 전면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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