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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노인 169명 백일장 대회 참석
  • 박철희
  • 등록 2012-11-05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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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나이가 무슨 필요 있나요. 죽기 전에 평생의 한이었던 글을 깨우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진도군이 특수시책으로 운영하는 한글교실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은 요즘 한글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에 부끄러움보다는 감격스러움이 앞서 신명이 났다.

일제와 6.25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까막 눈'으로 살아오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백일장 대회에 참가한 것.

진도군은 11월 2일(금) 오후 1시 군청 대회의실에서 한글문맹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개설했던 '한글학교' 수강생 169명이 참석하는 '군민 한글학교 백일장 대회‘를 개최했다.

허순덕 할머니(87세)는 “철없는 손자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보챌 때면 몰래 뒤돌아 서서 가슴을 치던 때가 많았다”며 “이제 한글을 깨우쳤으니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물론 혼자 은행에 가서 돈도 찾을 수 있어 기쁘다”고 자랑했다.

대부분이 65세를 넘겼으면서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6개월 동안 수업을 받은 끝에 백일장 대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이날 한글을 깨우치게 해 준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시한 뒤 가족, 친지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만학의 기쁨을 만끽했다.

진도군은 지난 4월부터 7개 읍면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쳐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 마을 경로당에서 한글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입학식을 시작으로 480여명의 어르신들이 7개 읍면의 각 마을 경로당에서 자원 봉사자들의 지도로 주 2회 한글을 배웠다.

7학년 1반 어르신들은 이름표를 목에 건 채 ‘가나라다, 가갸거겨’를 비뚤비뚤 써내려 가는 등 태어나 처음으로 누리는 학창시절의 기쁨과 설렘으로 6개월을 보냈다.

이제는 제법 읽고 쓰는 단계까지 왔으며, 어르신들 대다수는 배움의 열정으로 간단한 셈과 은행거래 및 관공서 민원 신청까지 가능해졌다.

이날 백일장에는 글을 알지 못하는 한 할머니가 버스를 잘못 타 불편한 몸으로 10여리 길을 걸어온 안타까운 일과 여자라는 이유로 어릴적 학교를 못 간 사연,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내는 따뜻한 말 등 미처 한글을 깨치지 못해 서러운 삶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로 넘쳐났다.

진도군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표정이 밝게 바뀌고 있다”며 “노인들이 흥미를 갖고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남 부끄럽다'며 아들·딸에게도 알리지 않고 한글학교를 다닌 조향매 할머니(80세)는 “손자·손녀가 어버이날, 생일날 편지를 써와서 읽어보라고 하는데 읽을 수가 있어야죠. 이제 한글을 배웠으니 손주들 편지를 무릎에 앉혀놓고 큰 소리로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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