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인천 서구 석남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거북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은정(51) 씨는 지난해보다 김장물가가 너무 올라 김장 담그기가 망설여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포기당 1500원 내외였던 배추값은 현재 2500∼3000원, 10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무도 2000∼2500원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채소 노점에서 물건 값을 깎느라 한동안 상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이 씨는 “못 깎아주겠다”는 상인의 말에 결국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예년보다 이른 추위에 일찌감치 김장을 담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김장물가 폭등 여파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김장수요조사에서는 70% 안팎이 ‘집에서 직접 김장을 담글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날 시장에서 만난 적지 않은 사람이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김장 담그는 걸 미루겠다’고 답하거나 아예 ‘김치를 사먹겠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엔 배추와 무를 비롯해 갓, 대파, 쪽파, 마늘 등 김장물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이 여러 곳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지만 손님들 대부분은 구경만 하다 그냥 지나치거나 배추와 무 등을 1∼2개씩만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채소 노점상 이성신(63) 씨는 “불황의 끝까지 갔다고 보면 된다”며 “상인들도 매출이 반토막 나 걱정인데, 고물가에 손님들이 자꾸 물건 값을 깎아달라고 떼쓰는 바람에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밭작물을 밭에 나 있는 채로 몽땅 사는 일명 ‘밭떼기’ 거래를 통해 무를 시세보다 저렴한 1000원에 판매하는 노점상엔 손님들이 종종 드나들었지만 상인은 “이마저도 지난해보다 장사가 훨씬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배추(1개) 소매가는 지난해 2018원에서 3109원으로 54.1% 올랐다.
무(1개)도 1366원에서 2338원으로 71.2% 상승했고, 생강(1㎏), 깐마늘(1㎏), 대파(1㎏)는 각각 28.1%, 15.3%, 92.2%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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