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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아가씨 대학 그만두고 농부가 되다
  • 문기헌01
  • 등록 2012-11-26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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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 장곡면 행정리 맹다혜 씨의 귀농이야기

"홍성에서

▲홍성에서 곰이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맹다혜 씨. 곰이는 자식같은 강아지 이름이다.



“하루 농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 그 기분! 그래서 농사짓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맹다혜(33) 씨는 꽃다운 20세 나이에 과감히 귀농을 결심 했습니다. 벌써 12년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에 있는 ‘곰이네 농장’에서 방울토마토 등 18개 품목의 시설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처음 들으면 누구나 한번 쯤 귀를 의심하며 되묻게 되는 스무 살 때 귀농했다는 이야기, 들어볼까요?
 
그녀의 과거 : 대학을 그만두고 귀농학교에 가다
 
공부도 곧 잘 하던 맹다혜 씨는 여고시절 부친의 텃밭에서 농사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서울에 살다가 직장 때문에 충남 천안으로 이사를 온 부친이 소일삼아 텃밭을 하게 됐는데요. 텃밭 일을 도우면서 농사가 너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학에 입학해 1학년 1학기를 심드렁하게 다니던 그녀는 돌연 학교를 그만둬 버렸습니다. 텃밭농사를 짓는 것이 편하다는 그녀에게 부모님은 농사는 짓지 말라고 말합니다. 부모님에게는 직장에 다닌다며 집을 나온 그녀는 예산귀농학교로 찾아갔고 간사로 일합니다. 그 곳에서 지금의 남편 봉주(43) 씨도 만나게 됐죠. 남편 봉 씨는 당시 35세의 나이로 귀농을 위해 예산 귀농학교에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그 때는 내 나이가 어린것도 모르고 남자 나이 35살이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그녀는 봉 씨와 함께 공부하고 또 함께 일하며 농사일을 배웠습니다. 예산귀농학교 시절 한국농수산대에서 오신 교수님의 권유로 과수학과에도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고 1학년 때 봉 씨와 결혼했습니다.
 
“처음엔 부모님 반대가 많았어요. 농사를 짓겠다는 것도 그렇고, 신랑 나이가 많은 것도 그렇고…, 하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데 혼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셨는지 결국 허락을 해주시더라고요.”

"맹다혜

                          ▲양배추 밭에서 귀농을 설명하는 맹다혜 씨.


 
“그런데 결혼은 했지만 농사라는 게 지을 땅이 있어야죠.”
 
초보 귀농 부부는 농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고 그녀는 예산농업기술센터 소개로 복숭아 과수원을 1년 임차했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나마 약간 있었던 돈마저 바닥났습니다. 당장 농사지을 것도 없게 돼 걱정이던 차에 농기센터에서 그녀에게 계약직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열심히 일했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후계농업인 창업자금을 보태서 홍성지역의 농지를 보려 다녔습니다.
 
좋은 땅도 찾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생각했는데 뜻밖의 일이 터졌습니다. 바로 충남도청 이전이 홍성과 예산지역으로 결정된 거지요. 그 바람에 땅값이 올라 준비한 자금에 맞는 현재의 장곡면 행정리를 터전으로 잡게 됐습니다.
 
그녀의 농사 :  귀농 8년만에 본격적으로 전념하다
 
2007년 본격적으로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시작한 그녀는 하우스 5동에 아삭이 고추와 일반 고추를 심었습니다. 첫 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한 동에 1000만 원은 벌었죠. 농사로 돈벌어보기는 처음이에요. 재미있게 했죠.”
 
그래서 그녀는 4-H 영농정착사업 지원을 추가로 받아 하우스를 11동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실패, 농사짓는 땅이 수렁이라 연작피해가 발생했던 거지요. 그해 겨우 현상유지만 가능했다고 합니다.
 
농기센터의 지도로 양액재배로 방식을 바꾸고 다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등 기복을 겪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주력 품종을 방울토마토로 바꾸었습니다.
 
“고추도 무농약이 가능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토마토는 조금 더 낫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저랑 잘 맞아서 하우스를 18동으로 늘렸어요.”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강타한 폭우와 태풍에 하우스 10동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어 현상유지를 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이젠 농사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대출자금 상환이 시작되지만 그것이 부담되지 않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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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에 앉은 맹다혜 씨.



그녀의 선택 : 무농약 농사지으며 유기농 꿈꾸다
 
그녀와 남편 봉 씨는 처음 농사를 지을 때부터 유기농을 계획했습니다. 유기농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적게 벌어 적게 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귀농초보가 처음부터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상은 유기농이지만 현실적인 능력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그래도 그녀의 마지노선은 무농약 농사입니다.
 
“환경을 지키고, 건강을 지키는 농사를 하고 싶었는데, 농약을 막 뿌리면 내가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그래서 더 공부했습니다. 주변에 유기농 대가가 있으면 찾아가 배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마이스터대 친환경채소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생산품은 홍성 유기농영농조합에 30%, 페이스북 등을 통한 직거래로 20-30%, 나머지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 시장으로 팝니다. 그녀도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온라인 활동을 하지만 직거래 판매의 대부분은 SNS 활동이 활발한 이웃 귀농인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일이 많아서 직접 직거래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대신 판매를 맡아주셔서 잘 되고 있어요. 저는 가락동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고객서비스관련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좋더라고요.”
 
그녀의 꿈 : 젊은 귀농인들과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그녀는 앞으로 귀농하는 젊은 영농인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다고 합니다. 먼저 귀농한 그녀가 농사관련 지식을 나누고 나중에 들어온 귀농인이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모여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 계약 재배나 농산물 가공 등도 훨씬 수월해질 거라고 하는데요. 실제 그녀는 얼마 전 한 기내식 공급 업체로 부터 허브 바질을 거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기회로 그녀는 마을의 젊은 귀농인들과 연대해서 계약재배를 늘려가고 싶다는 희망을 말합니다.
 
또 직거래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홍성은 유기농영농조합 친환경 농산물이 널리 알려진 곳이어서 유기농영농조합을 통한 판매와 일반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더욱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귀 채소도 키워볼 계획입니다. 현재는 주력 품종과 함께 소량으로 키우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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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다혜 씨가 계약 재배로 시작한 허브 바질의 생육상태를 둘러보고 있다.



에필로그 : 귀농을 하려거든요
 
“귀농에 성공하려면 교육을 많이 받으세요. 농사 좋다고 쉽게 알고 왔다가는 낭패봐요.”
 
그녀는 귀농에 앞서 어떤 작물이 본인과 잘 맞는지 파악하고, 또 그 작물을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가 직접 배울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신입 인턴처럼 선도 농가를 찾아가 적어도 1년은 직접 일하며 경험을 쌓으라고 합니다.
 
귀농관련 지원기관의 교육에도 열심히 참석하라고 말합니다. 단지 영농기술 습득 뿐 아니라 교육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하고, 고수들을 만나는 기회도 된다는 거지요.
 
스무살 앳된 아가씨가 귀농해서 자기 땅을 갖기까지 8년, 그리고 본격적으로 농사에 전념한 4년. 고비마다 그녀를 잡아준 것 역시 이런 교육의 힘에서 나왔습니다. 그녀 자신의 경험을 예로들며 좋은 멘토를 만나 성실하게 배우면 그만큼 실패도 줄어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요. 그녀가 여전히 교육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창 가을걷이를 해야 할 농민들에게 시름을 안겨주던 날씨가 이날은 모처럼 파란 하늘을 드러냈습니다. 농사짓는 게 행복하다는 그녀에게서도 맑은 하늘빛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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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다혜 씨가 허브 화분을 들고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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