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평양시민들의 겨울 생존 방법들
  • 양길영
  • 등록 2012-12-01 10:55:00

기사수정
북한 주민들에겐 가장 혹독한 계절이 겨울이다. 대량아사 이후 시장이 확대되면서 식량난은 조금 완화된 반면, 북한의 추위는 더 가혹해졌다. 그 이유는 전기가 여전히 부족한데다 산들마저 대부분 민둥산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석탄은 개인이 파낼 수 없는데다 그것마저 외화벌이 원천으로 헐값에 중국에 팔리는 실정이다.
 
그럼 평양시민들은 어떻게 겨울을 이겨낼까? 상중하로 나누어 설명해보려고 한다. 북한 상위층은 대부분 석유난로를 사용한다. 이를 위해 국가보위부 산하 신흥무역회사 안에 전문 항공기 연료만 수입하는 업체도 있다. 중산층에 해당되는 시민들은 아예 집에 석탄 보일러를 설치한다. 이른바 '무동력 보일러'라고 한다.
 
건물 구조 변경을 할 수 없어 방 한 가운데 별도로 대형 침대 형식으로 온돌을 만드는 것이 추세다. 안에 철관들이 들어있는 시멘트침대인데 석탄으로 물을 끊여 순환을 시키는 방식이다. 베란다에서 석탄을 두 시간에 한번 꼴로 바꾸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대신 온기를 느끼며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침대가 없는 다른 방들의 벽은 하얗게 성에가 낄 정도이다. 그래서 남편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부엌에 나가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대야에 받아놓은 얼음을 깨는 것이다. 그만큼 평양의 추위는 바깥만 추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구석구석을 떨게 만든다. 때문에 평양시 아파트들에선 가을부터 알탄을 찍느라 전쟁이다.
 
알탄공장이 있긴 하지만 자체로 석탄을 구입해서 공장에 보내야 하는 관계로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알탄을 찍어도 이틀 동안 밖에서 마를 때까지 밤새도록 가족들이 순번제로 지켜야 하고, 또 엘리베이터가 없어 등짐으로 수 십 번을 오르내려야 한다. 북한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올라 갈수록 값이 싸다. 그 이유가 전기가 없어 모든 짐을 등짐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하층 시민들에겐 겨울은 곧 죽음의 공포이다. 집안인데도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나올 정도이다. 이불은 24시간 방바닥에 그냥 펼쳐져 있다. 그래야만 집이 조금이라도 더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가정들에선 퇴근하면 집에서 옷을 더 두텁게 입고 다닌다. 잘 때에는 장갑, 솜옷은 물론 솜 신발까지 신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도 추가로 더운 물이 든 페트병을 껴안고 잔다. 그것만 있으면 이불안이 따뜻해져 금방 잘 수 있고, 다시 새 아침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겨울이면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보온고무가 아주 인기이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임산부, 노인, 아이들이다. 임산부 같은 경우 바람을 맞으면 안되기 때문에 집안에 비닐하우스를 따로 설치해준다.
 
그리고 그 안에 석탄불을 넣어 주면 집안 보다 훨씬 더워진다. 그러나 그 상태로 잠에 들어 석탄연기에 질식 돼 죽은 임산부들이 많다. 북한에선 겨울이 노인들의 사망 계절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쇠약해서가 아니다. 석탄을 구할 수 있는 밑천과 땔감을 가져올 수 있는 기력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노인들의 자식자랑은 베란다에 높이 쌓인 알탄 자랑이다.
 
겨울이면 북한에서 집 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을 일컫는 '꽃제비'들이 많이 얼어 죽는다. 꽃제비들의 얼굴과 손은 항상 새까맣게 타있는데 씻지 않아서가 아니다. 훔친 신발이나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밤새껏 그 온기로 버티느라 그을음에 더렵혀진 것이다.
 
이런 평양이어서 세계에 없는 북한만의 겨울사고 방지제도가 있다.
 
겨울에 석탄연기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동 인민반에서 석탄가스 순찰을 하는 것이다. 가스순찰은 매 가정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번식이다. 주로 남편들이 순찰을 도는데 밤 9시, 12시, 새벽 4시에 집집마다 노크를 하여 집주인으로부터 가스안전 도장을 받는다. 마지막엔 인민반장과 동사무소에 가서 순찰확인 사인을 받는다.
 
그 피곤한 임무가 한 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데, 사실 그들 보다 고단한 것은 집주인들이다. 겨울 내내 밤이면 밤마다 몇 번을 잠에서 깨야 하기 때문. 그러나 불평은 없다. 그래도 그 순찰 덕에 부엌아궁을 미처 닫지 못해 온 집안에 차 넘치던 석탄가스사고를 방지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해서이다. 뉴포커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신천지의 두 얼굴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 [뉴스21일간=김태인 ]자료사진 "청년"의 이름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2025년 9월, 울산에서 열리는 '제3회 청년 크루 페스티벌'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청년 문화를 위한 축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묘한 포교 전략과 정치권과의 불편한 유착 가능...
  2. 울산시, 하절기 이야기(스토리) 야시장 성료 [뉴스21일간=김태인 ]  지난 7월 18일부터 지난 9월 13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 하절기 ‘울산의 밤, 이야기(스토리) 야시장’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이번 야시장은 하루 평균 7,690명, 총 누적 14만 6,1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울산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혔다.  이번 하절기 이야기(스...
  3. 오치골 한가위 노래 자랑, 추석 맞이 첫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북구 양정동 오치골에서 추석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축제의 장이 열린다. 오치골 한가위 노래 자랑 추진위원회는 오는 10월 6일(월), 북구 양정 생활체육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상설 무대에서 **‘제1회 오치골 한가위 노래 자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행사는 지역 대표 캐릭터 ‘까미·.
  4. 신간 <죽음의 쓸모> 박미라 시인이 신작 시집 『죽음의 쓸모』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96번으로 나왔다.  박미라 시인의 시(의 특징)를 한마디로 축약하기는 어렵지만 거칠게 축약하자면 “정밀한 묘사에서 힘을 얻는 서사, 깊은 사유를 품은 어둑한 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이번 신작 시집 『죽음의 쓸모』의 등뼈를 이룬다. 노련한 ...
  5. 울산 동구 산업역사 사진전‘불꽃’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한국산업단지공단 후원으로 마련한 울산 동구 산업역사 사진전 ‘불꽃’을 오는 9월 20일부터 10월 26일까지 문화공장 방어진에서 개최한다.      이번 사진전은 조선산업 역사를 개척해 온 노동자들의 땀과 열정, 치열한 삶과 고귀한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산업역군으로 시대를 개척한 구민들...
  6. 형용사의 쓸모 인생을 흰 도화지에 비유하곤 한다. 무엇을 그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만큼이나 ‘어떻게’ 그리는지가 중요하다. 밑그림이 조금 부족해도 다채로운 색깔을 조화롭게 사용할 때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에 무엇을 그릴지를 고민하는 것이 ‘명사’형 인생이라면 어떻게 그릴지 ..
  7. SSG의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 류효승, 네 타자 연속 홈런포 홈런 군단 SSG의 강타선이 또 한 번 프로야구사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서막은 에레디아가 열었습니다.4회 첫 타자로 나와 NC 로건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쳐냈습니다.다음 타자인 최정은 더 큰 아치를 그렸습니다.이번에도 타구가 왼쪽 방향으로 날아갔는데 관중석을 넘어가 장외 홈런이 됐습니다.이어 좌타자...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