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숨진 중국 동포 가운데 7명이 일가족으로 밝혀졌다.이번 화재로 숨진 조동명(44)·박경애(44)·박영호(60)·박용식(31)씨는 2000년 한국에 들어와 200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강태순(65)·순녀(59) 자매가 초청한 가족들이다. 조동명씨와 박경애씨는 강태순씨의 아들과 며느리이고, 박영호씨와 박용식씨는 강순녀씨의 남편과 아들이다.이번에 이들과 함께 변을 당한 김군(26)은 숨진 박용식씨의 처남이고 손동학씨는 박용식씨의 고종사촌이다. 엄준영씨는 숨진 조동명씨의 매형이다.이들은 낯선 한국 생활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서 일자리를 찾다 한꺼번에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일가족이 일하던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8일 유가족 대기실이 차려진 경기도 이천시민회관을 찾은 강순녀 씨의 오빠 성문(68) 씨는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하루 아침에 우리 집안의 기둥이 모두 뽑혔다”며 울먹였다.특히 여동생 강씨 부부는 8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 공사장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아 2년 전에는 꿈에 그리던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서울 관악구에 조그마한 전셋집도 마련했다.또 아들 용식 씨도 결혼해 지난해 쌍둥이를 낳아 한국 생활에 점차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강순녀 씨는 남편과 아들을 이번 화재에 잃고 말았다.조동명 씨 부부는 어머니 강태순 씨의 초청으로 지난해 8월 한국에 들어와 중국에 있는 아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일을 하다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강태순 씨는 “왜 내가 너를 불러서…”라며 아들의 이름이 적힌 영정을 부둥켜안고 흐느꼈다.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친지들도 “도대체 믿기지 않는 일에 어떻게 위로할지조차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이천 화재참사 이모저모◆ 눈물바다로 변한 합동분양소 경기도 이천시민회관에 차려진 이천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엔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 분향소를 찾은 가족 대부분은 “제발 시신만이라도 빨리 찾아 달라”며 조속한 신원 확인을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 한 가족은 “우리 아이는 목걸이를 했어요..목걸이를… 빨리 장례라도 치러줘야 할 텐데…”라고 말해 주위가 숙연. 8일 현재 숨진 40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4명에 불과.◆ 화재 참사 유가족, 책임자 해명 요구8일 오전 유족 100여 명은 ‘코리아냉동’측 책임자의 해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 밤새 화재 현장을 지키던 유가족들은 임시 사무소로 몰려와 10여 분간 ‘코리아2000’ 직원의 멱살을 잡고 책임자를 불러줄 것을 요구.유가족들은 “어제 회사 측 관계자가 유족들 앞에 나타나 얘기를 했어도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수억원을 준들 무슨 소용이냐”고 반발.◆ 중국 동포 피해보상 대책위 꾸려이번 화재 참사에서 10여 명의 중국동포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8일 대책위원회를 구성, 피해 보상 및 진상 규명 작업을 벌이기로. 김해성 목사는 “우리 협의회를 중심으로 여러 시민단체가 연합해 다각적인 지원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혀.◆ 시신 식별·인도에 3주 걸릴 듯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8일 오후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시신 식별과 인도 절차 등을 소개하면서 “2003년 경북 청도의 버섯공장에서 폭발사고로 20여 명이 숨졌는데 시신을 식별하고 인도하는 데 3주가 걸렸다”며 “이번 경우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 그러나 유류품 유무와 치아 보존 상태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국과수는 부연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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