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성수동과 가리봉동 등 불법 체류자 밀집 지역은 이미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들이 단속망을 피해 빠져나가 썰렁했다.
속칭 `3D 업종′ 공장이 밀집한 성수동의 업체 사장들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한꺼번에 빠져나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멈춰버린 기계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H화학업체 사장은 지난 4일 "단속이 심한 데다 벌금 때문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체류허용 기간이 연장돼도 기술을 익힐만하면 쫓기는 몸이 되는데 누가 이처럼 불안한 노동력을 고용하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소 제조업 공장들은 상당수가 기계를 멈추고 문을 닫았거나 부분 가동만 겨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와 중동 음식품을 파는 W마트의 주인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떠나 저녁 때나 잠깐 문을 열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매일 정부에서 단속을 나와 불법체류자를 찾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C섬유공장에서 일하는 한 조선족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몇달전부터 단속을 피해 의정부나 파주로 모두 빠져 나갔다"며 "외국인 친구들하고 통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스럽다"며 이곳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S섬유공장 이모 부장은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져 외국인 노동자가 빠져나갔어도 인력난을 느끼지 못할 판"이라며 "합법 체류자들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족 타운′으로 불리는 가리봉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합법적 신분의 중국동포들만 남았고 대부분 서울의 다른 곳이나 경기도 지역으로 빠져나가 예전같은 활기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국제전화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39.여)씨는 "우리 가게에도 매일 손님들이 오지만 전화거는 사람은 많지 않고 난롯가에 둘러앉아 서로 얘기를 나눈다"며"일감이 없으니 아침부터 저렇게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점 종업원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임모(28.여)씨는 "이 부근에선 가장 큰 가게여서 지난해 연말에만해도 하루 40만~6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요즘엔 10만원이겨우 넘는다"며 "단속이 시작되자 다들 지방으로 숨어버렸다"고 전했다.
한중사랑교회의 신도인 중국동포 김모(63)씨는 "지금 가리봉동에 남아 있는 사람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외국인 등록증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불법체류자는 지방을떠나거나 숨어있다"고 밝혔다.
그는 "합법이라도 일자리가 없고 돈도 제때 받기 힘들다"며 "이 나라에 온 지 3년이 넘었는데 생각해보면 일감도 있고 돈도 적당히 받을 수 있었던 예전이 좋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정부의 일제 단속이 시작된 뒤 불법체류자들은 밀린 임금을 받아볼 엄두도 못내고 `울며 겨자먹기′로 쫓겨나고 있지만, 돈이 없으니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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