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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바라보는 미국 두 전문가의 엇갈린 시각
  • 정경훈
  • 등록 2006-06-30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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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안심시켜 협상테이블로 유도” vs “화해보다 압박을”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불과 휘발유’관계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중요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유연한 외교전략 수정이다.” - 마크 모어 상임 연구원 “물론 남북교류는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을 너무 순진하게 바라보고 있거나 속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나라다. 한미동맹의 폭을 넓혀 북한의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길밖에 없다.” - 조셉 스나이더 국장 미국사회에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6월 중순(6.18~25) 일주일간 미국을 연수차 다녀왔습니다. 과연 한반도 상황에 대해 미국사회는 어떤 생각과 판단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워싱턴에서 두 명의 동아시아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미국 내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설립된 ‘아시아 소사이어티’ 재단의 조셉 스나이더 국장입니다. 다른 이는 우드로 윌슨 국제연구센터의 마크 모어 상임연구원입니다. 두 사람 모두 미 행정부 관료 출신으로 한반도 주변 여건에 관한 깊은 관심과 식견을 갖춘 동아시아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해석,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미사일 정국의 해법 등에 관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모어 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 영변 핵원자로 사찰과 케도(KEDO)의 경수로 건설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기반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북문제 해결의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스나이더 국장은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국무부 관료 출신으로 대북 문제에 관해 강경보수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단순한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인식의 격차는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 내 ‘온건중도’와 ‘강경보수’ 두 흐름의 간극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져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모어 연구원과의 만남은 주미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열린 강연회(6월23일)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강경일변도의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의 고립을 이뤄내기는 했으나, 위기상황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는 강연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해고 미국이 대국으로서 어른스러움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과 미국 행정부는 서로를 자극하는 일련의 행동을 번갈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양보없는 반목과 불신이 지속되면서 위기의 징후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공포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권이다.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먼저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y)의 보유와 실제로 공격할 있는 의도(intention)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관심을 유도해 양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의도가 짙다.” 6월 22일, ‘워싱턴 포스트’에는 월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쉬턴 카터 전 국방부 차관보의 도발적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이들은 “필요하면 공격해 파괴하라(If necessary, Strike and Destory)”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 행정부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어 연구원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의 의도를 살피지 않고 강경 대응할 경우 위기 상황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는 특히 부시 행정부의 핵문제에 관한 이란과 북한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 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에게는 핵의 평화적 개발을 허용한 반면 북한에게는 이를 계속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자국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금융제제 등 미국이 취한 일련의 대북 조치들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추진은 ‘미국이 계속 괴롭히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자기 방어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는 “북한이 만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거나 또는 포기한다면 이는 미국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 일 것”이라며 “북한은 미사일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모어 연구원과 달리 조셉 스나이더 국장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한미 동맹을 통한 대북 압박의 논리를 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시각에서 북한은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인권이 탄압받는 군사대국”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테러리스트 국가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 그 자체보다 관련 기술과 정보를 다른 테러집단에 넘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 정책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내비췄습니다. “한국은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느끼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미국의 생각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불명확하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이 미국 내부의 일반적 인식으로 한국 정부가 너무 순진하게 대북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걱정스런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미국인에게 한국은 한국전쟁과 월남파병 등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전통 우방국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미국을 과거와 다르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어서 미국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그는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은 엇갈리고 있었습니다. 북한을 분명 위협적 존재로 느끼고 있지만 그 대응책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내 시각일 뿐입니다. 한미동맹과 남북협력의 두 수레바퀴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우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워싱턴의 하늘은 높고 푸릅니다. 그 이유는 태평양과 대서양 때문입니다. 두 해양을 자연장벽 삼은 아메리카 대륙은 테러의 위협과는 동떨어진 안전지대로서 그동안 평화의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9.11을 계기로 이러한 인식은 바뀌고 있는 듯 합니다. 테러의 직접 경험은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으며,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불안감은 대외정책의 변화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 국방성이 자리한 워싱턴 근교 펜타곤에서는 9.11의 상처를 기리기 위한 기념공원 건립이 한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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