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들이 울고 있다.
2010년은 퇴직금 시장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올 해 4월부터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을 강화하여 현재 전국의 사업장(전체 약 70%)에서 매 년 관행처럼 시행 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제동을 가 할 예정이다. 현재와 같은 중간정산 방법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같다. 결국 퇴직자 발생 시 법정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퇴직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사들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 하다. 그런데 금융사들 중 일부 보험 설계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진 권유로 주로 어린이집 원장 및 비영리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원장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원장들이 주로 가입한 퇴직금 적립 상품은 연금 상품을 위주로 공시이율 및 복리를 적용해 미래에 본인이 적립한 금액 보다 많은 금액을 주는 수익성과 중간에 인출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춘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는 상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퇴직금을 적립하기에 적합한 상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가진 상품은 대부분이 작게는 5년, 길게는 7년이 되어야 해약 하더라도 원금에 손해가 없다. 단, 중간에 적립금을 인출하지 말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여기까지 보면 원장들은 퇴직자가 발생해도 이 상품에서 인출을 하지 말아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유는 인출을 하면 원금 되는 시기가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어딘가에서 차입을 해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이자까지 지급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장들은 왜 이 상품에 가입을 할까? 바로 중도인출 기능, 복리, 원금보장 유혹과 퇴직금 적립을 하는 올바른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일부 전문성이 떨어진 설계사들의 금품 제공, 노무사 업무 위탁비 무료 지원(원장이 개인적으로 맡겨도 비용은 정부 지원됨) 이를 빌미로 한 소개 부탁, 바쁘기 때문에 지인 소개를 믿고 바로 가입하는 원장들의 잘못된 행동들이 낳은 결과이다.
중도인출은 해약환급금의 50% 내에서 인출할 수 있다. 인출 금액의 규모에 따라 인출 시 제한이 따르게 되며, 매 년 퇴직자 발생에 따른 법정퇴직금을 계속해서 인출하게 되면 언젠가는 원금은 고사하고 차입까지 하게 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복리는 10년 정도의 기간이 되어야 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도 중도인출이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도인출 없이 5년에서 7년 동안 계속 적립해야 원금보장이 된다. 즉, 퇴직금 적립용으로는 은행 예금보다 못한 상품 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상품에 가입한 일부 원장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소개로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뭘 아나요? 업무에 바쁘다 보니 설계사가 퇴직금 적립용으로는 정말 좋다고 해서 가입 했지요. 그런데 퇴직금 지급을 하려고 중도인출을 하려고 보니 원하는 금액이 안 되는 거 에요. 설계사에게 항의를 했더니 상품이 원래 그렇다. 계약할 때 충분히 설명 했지 않느냐. 자필서명까지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딴소리냐? 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군요. 지금은 전화도 안 받아요. 그래서 대출 받아서 퇴직금 지급 했고, 그 상품은 해약 했습니다. 결국 설계사와 보험사만 좋은 일 시켜 준거죠. 생각만 해도 너무 억울합니다.”그러나 원금이 아까워 해약은 못하고 손해인지 알면서 계속 납입을 하고, 대출을 통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을 거치고 있는 원장들이 현재는 더 많다. 손해 배상을 받으려 해도 본인이 선택했기 때문에 마땅한 방법도 없다. 잘못된 상품 선택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어린이집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퇴직금 적립을 하는 목적은 원할 한 퇴직금 지급과 금융 상품의 수익을 통해 늘어나는 퇴직금 부담액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정부는 펀드로 운영되는 퇴직연금 가입을 권유하고 있고 선진국의 대부분은 투자형 상품을 포함한 수익성 있는 상품에 퇴직금을 적절히 분산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손해가 발생하면 원장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게 될 수밖에 없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유혹은 간간히 터져 나오는 어린이집의 비리로 연결 될 수 있다. 아무리 바쁘고 전문성이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고 자산을 지키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