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학원폭력 관련사건을 접하면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포항과 원주에서 일어난 폭행사건, 그리고 필자의 근무지역인 목포 북항 방파제 인근에서 있었던 졸업식 뒤풀이 폭행사건, 그 밖에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사건들. 경찰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우리 아이들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 여느 부모와 같이 안타까움이 눈앞을 가린다. 아니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찰공무원이기에 답답함의 깊이는 여느 부모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교육의 장인 학교라는 공간마저 폭력에 노출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푸른 하늘이 담겨 있어야 할 우리 아이들의 가슴이 이렇듯 병이 들었을까?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단절’이란 단어가 스며든 까닭은 아닐까! 기독교에서는 피조물인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창조주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시기, 미움, 질투, 다툼으로 말미암아 사망의 형벌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시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려 예수님을 이 땅에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탈선학생을 접하면서 학교 폭력도 이러한 맥락이 아니겠느냐는 생각과 함께 ‘단절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생각에 무게가 더해졌다. 일탈학생을 살펴보면 주변인과 인간관계가 단절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부모님, 선생님과 대화가 전혀 없고, 심지어 친구가 없는 이들도 있었다. 홀로 컴퓨터를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은 학생도 다수였다. 오프라인 친구보다 온라인 친구가 더 많은, 얼굴을 아는 친구보다 얼굴조차 모르는 친구가 더 많은, 기성세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특히 탈선학생의 부모님을 만나보면 감정의 영역인 사랑을 돈으로 채우려 하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없는 부모의 처지에서는 돈으로라도 사랑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듯 탈선학생들은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그 잘못의 시작이 잘못된 가치관 때문이란 점을 생각하면 부모와 선생님, 친구와의 단절에서 생긴 잘못된 가치관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학원폭력이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부모님, 선생님, 친구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 회복을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것만이 근본적으로 학생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도모함으로써 학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꺼번에 단절의 벽을 허물 수 없다면 학생들 간의 단절의 벽을 허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생들도 부모나 선생님보다는 또래의 친구들에게 마음을 쉽게 여는 까닭이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친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곤 한다. 얼마 전에는 모 고등학교를 방문해서 아래의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親舊를 풀어보면 나무판자위에서 자식이 오는지 기다리는 어버이같이 친한 사이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草 +焦 +丘가 합해진 옛 구(字)는 새들이 풀잎을 주워 절구통처럼 생긴 둥지를 짓듯이 오래된 방식을 뜻하는 한자어인데 이 둘이 합쳐 친구라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타게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와 같이 친한 사이를 뜻합니다. 그리고 벗을 뜻하는 友(字)는 左(字)와 右(字)가 한몸에 달린 왼손과 오른손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친구란 부모의 마음으로 서로 대하는 그런 사이라고 말할 수 있고 머리를 중심으로 한 지체에 붙어있는 왼손과 오는 손과 같은 사이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필자가 전하고자 한 의미를 모두 받아들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친구의 중요성과 친구와의 어울림이 삶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만 이해했다면 학교폭력 예방에 작은 도움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듯 친구의 우정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아이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사랑으로 단절의 벽을 허문다면 우리 사회에 학원폭력이란 단어는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다음의 유안진님의 꽃잎이란 시에 담긴 의미를 우리 아이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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