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섬마을에서 우리를 탈출, 야생화된 염소들이 급격히 늘면서 섬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12일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소장 박기환)에 따르면 동부사무소 직원들과 섬 주민들은 지난 2월부터 통영과 거제의 주요 섬에서 염소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부사무소는 지난 2007년부터 '방목가축 구제사업'을 벌여 최근 5년 동안 24개 섬에서 모두 560마리의 염소를 잡았다. 이 같은 대대적인 구제사업에도 염소의 개체수는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염소의 번식력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생후 1년이면 번식이 가능한 염소는 일 년에 두 차례 모두 4~5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립공원 명품마을 2호로 지정된 거제시 일운면 내도에는 현재 30~40마리의 염소가 야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사무소는 내도에 둘레 길이가 25m인 유인망 4개를 설치해 매주 3~4마리의 염소를 포획하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난 염소는 주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사를 망치는 염소 때문에 섬지역 대부분의 밭에는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염소의 왕성한 식욕 앞에 국립공원구역의 멸종위기식물과 희귀식물도 속수무책이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철에는 염소가 어린 나무의 잎과 줄기를 먹어치워 섬에서 키 작은 나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동부사무소 해양자원과 김병부 주임은 "번식이 빠른 염소는 어린 나무의 순과 뿌리를 파헤쳐 먹기 때문에 생태계가 교란되고 황폐해진다"며 "유인망에 쉽게 걸려드는 2월과 3월에 집중적으로 염소를 잡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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