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북의 늦가을, 커피향과 함께하는 산책길 Best3
  • 김교섭01
  • 등록 2012-11-30 12:05:00

기사수정

가을의 끝과 겨울의 길목에 자리한 시절. 산과 들마저 비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해마다 습관처럼 맞이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왠지 모를 허전함과 쓸쓸함이지요. '외로움도 깊어지면 병이 된다' 했던가요? 그러나 늦가을의 고독이 깊어질수록 이곳에 가면 이상하게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더 깊게, 더 뜨겁게 사그라지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기울어가는 한 해의 노을을 간직하려 길을 나섭니다.

 

군산 개복동거리와 카페 ‘나는섬’

 

군산 개복동, 참 오래된 시가지입니다. 일제강점기 이래 군산의 유일한 극장가로서 번성을 누렸던 곳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신흥개발지역으로 상권이 옮겨지면서 이미 쇠락한지 오래된 거리지요. 그 옛날 누렸던 영화의 흔적조차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곳입니다.

 

"전북의

▷전라북도 군산 개복동 거리, 여기저기 벽화가 그려져있다.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는 개복동 거리엔 그 흔한 낙엽 하나 날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처럼 저무는 가을을 닮은 곳이 또 있을까요. 퇴색된 건물들 틈틈이 이색적인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시선을 모으기도 하지만 낡은 풍경을 채우기엔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나무 끝에 겨우 매달린 마지막 잎새마냥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그 거리 한 구석에 ‘나는섬’ 이라는 카페 하나가 오롯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옛 추억을 자극하는 소품들로 단장한 빈티지한 분위기가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어쩐지 개복동의 과거와 현재를 뒤섞어 놓은 듯합니다.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남루한 거리에서 마시는 한 잔 커피의 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개복동 거리의 카페 '나는 섬' 은 빈티지하면서도 곳곳에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게 할만한 소품들이 개복동의 어제와 오늘을 떠올리게 합니다. 드립커피 한 잔의 향이 남다른 곳이지요.

 

"전북의

▷개복동 거리의 카페 나는 섬.

 

한때 영화를 누렸던 시기를 지나 쇠락한 개복동 거리. 틈틈이 벽화가 그려져 있어 남루함을 감추려 하지만 오히려 가을날 마른 가지에 남은 마지막 잎새처럼 애처로워 보입니다. 개복동 거리에서 멀지 않은 다운타운 거리는 최근 거리를 재단장해서 깔끔해졌지만,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건 옛추억을 떠올리게하는 설탕엿노점. 오늘의 학생들이 이곳을 즐거워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전북의

▷개복동 거리에서 멀지 않은 다운타운 거리. 설탕엿노점이 예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동물원 가는 길과 ‘커피발전소’

 

늘 푸름과 연꽃향으로 가득하던 덕진공원에 연밥이 맺히기 시작할 즈음이면, 항상 떠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동물원 가는 길입니다. 길가에 가득한 플라타너스들이 노랗게 물들어 파란 하늘을 수놓습니다. 행여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지요. 마치 지난 계절의 추억처럼 한 잎 한 잎 가슴 속에 쌓입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낙엽소리는 사소했던 기억마저도 들춰내어 또 다른 추억을 낳습니다. 뭐에 그리 바빴는지. 첫눈이 내리는 때에야 버릇처럼 떠올리곤 합니다. "올해도 동물원 가는 길의 플라타너스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네" 라고 말입니다.

 

"전북의

▷푸른 여름을 지나 연밥이 영글고 있는 덕진공원의 늦가을.

 

살면서 버릇처럼 놓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요? 모두 다 잡아둘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아쉬워만 할 일도 아닌 겁니다. 바쁜 일상 속에 이 가을의 정취를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면 동물원 가는 길을 걸어볼 일입니다. 나무도 쉼을 준비하는 시절, 잠시잠깐 그 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안식이 되어줄 겁니다. 덕진공원 앞에는 전주에서 커피맛 좋기로 소문난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커피발전소, 그곳에서 커피향을 음미하는 여유를 부린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전북의

▷덕진공원 앞의 카페 커피발전소.

 

도심 속 억새밭 산책과 레알뉴타운의 카페 ‘나비’

 

전주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전주천변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1급수가 흐르는 도시는 흔치 않습니다. 여름 내내 도심의 더운 열기를 푸르게 식혀주던 전주천은 가을이 되면 도심 한복판에 하얀 억새밭을 꽃다발처럼 안겨줍니다.

 

"전북의

▷가을날 느티나무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경기전과 황금빛 은행잎으로 빛나는 경기전 풍경.

 

산책길은 이왕이면 경기전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일입니다. 느티나무 고목이 노랗게 물든 한옥마을 골목을 지나고 황금빛 은행잎 가득한 전주향교를 지나 전주천으로 들어서면 억새들이 하늘 향해 손을 뻗어 은빛 가을을 만들어 냅니다. 가을이 작별을 아쉬워하며 남기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길입니다.

 

"전북의

▷도심속에서 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남문시장 옆 전주천변.

"전북의

▷남부시장 레알청년몰 내에 위치한 카페 나비.

 

천변의 억새밭을 산책한 후라면 남문 시장의 골목을 지나 비밀처럼 숨겨진 레알뉴타운으로 올라봅니다. 젊은 청년 장사꾼들의 재기발랄한 상점들 속에 카페 나비가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억새밭. 시장 한복판에서의 드립커피 한 잔. 분명 각별한 가을의 추억이 되어줄 것입니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중구치매안심센터,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에서 운영하는 중구치매안심센터가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 수, 금요일마다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을 실시한다.    중구치매안심센터는 동(洞)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시설 등을 돌아가며 방문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 △맞춤형 치매 상담 △치매 ...
  2. 중구, 2026년 1분기 현업근로자 안전보건교육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2월 20일 오후 3시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2026년 1분기 현업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법정 정기교육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증진하고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교육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
  3. 중구,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 1기 활동 성과보고회 및 간담회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2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지역의 한 식당에서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 1기 활동 성과보고회 및 활동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은 아이들이 익명으로 고민 사연을 보내면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담긴 손 편지 답장을 전달하고 나아가 맞춤형 도서를 ...
  4.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50개 전달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본부장 장혜경)가 2월 20일 오후 2시 중구청 구청장실을 찾아 750만 원 상당의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50개를 전달했다.    이번 전달식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장혜경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장 등 3명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나눔보따리는 반찬류, 식용유, 칫솔, 치약, 비누 ...
  5. 슬도환경지킴이, 환경정화 봉사 및 용왕제 행사 개최 울산동구슬도환경지킴이[뉴스21일간=임정훈]슬도환경지킴이는 2월 21일 우수가 지나고 봄기운이 느껴지는 주말을 맞아 슬도 일원에서 환경정화 봉사활동과 함께 용왕제를 개최했다.이번 행사는 슬도의 쾌적한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1부와 2부,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먼저 오전 9시부터 9시 50분까.
  6. 보령서 ‘2026 만세보령머드배 JS컵 한국유소년 축구대회’ 개막 보령시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보령스포츠파크와 웅천체육공원이 유소년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72개 유소년팀, 총 1,500명의 선수단은 연령대별(U12, U11)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치며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집중도 높은 운영을 위해 보령스포...
  7. 이스라엘, F‑35I 장거리 작전 능력 향상 장비 도입 이스라엘이 자국 공군이 운용하는 F‑35I ‘아디르’ 전투기에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면서 항속거리를 늘리는 연료탱크를 장착했다고 보도됐다. 이는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해도 레이더 탐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로 알려졌다.이 기술적 변화는 이란과의 긴장 속에서 장거리 비행 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보도에...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