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실상의 재추가조사, 즉 3차 조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자체 조사를 통해 진실을 충분히 규명하고 검찰 수사 요구를 무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법원 내부용 입장문에서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 조치를 하겠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범위’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보완’하겠다고 밝혀 3차 추가 조사를 예고한 것이다.
재추가조사가 실시될 경우 조사 대상은 추가조사위원회가 암호 설정 등의 문제로 들여다보지 못한 760여개의 파일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등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기존 조사와 마찬가지로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2차 조사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의 컴퓨터를 동의없이 강제로 개봉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추가조사가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이유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대법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재추가조사의 한계가 벌써부터 우려되는 이유다.
철저한 조사를 위해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직 대법관 등 한때 법원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법원 자체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 대법원은 전날 퇴근길 취재진과 만나 "법원 내부 문제는 원칙적으로 법관들,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앞으로도 원칙적으로 지금까지 한 것처럼 법원의 힘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등 외부의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3차 조사가 미진할 경우 검찰 수사를 거부할 명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변수다. 법원 내부에도 검찰 수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0)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63·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6)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기존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에서 인지부서인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로 재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장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건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