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8일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방안 보고 시한을 당초 9일에서 하루 뒤인 10일로 연기했다.
미래부가 소속된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은 8일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방안을 오는 10일에 미래부로부터 보고받기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정기획위는 오전 내부회의를 열고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미래부 2차관을 중심으로 통신료 인하 관련 공약을 진지하게 검토해 9일 오후까지 대안을 갖고 보고하도록 결정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에서 지목한 김용수 미래부 신임 2차관이 전날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나 이날부터 취임,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데다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수렴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하루 연기했다.
미래부는 이날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과 관련해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소집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부에 통신비 인하 방안을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후 이통3사 고위 임원들을 소집해 대책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미래부는 전날 이통3사에 일명 '20% 요금할인'으로 불리는 선택약정할인제도의 할인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입장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G·3G로 국한 기본료 폐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인하, 공공와이파이확대 등에 대한 이통3사의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2G·3G로 국한하더라도 기본료 폐지로 인해 이통3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은 6600억원에 달한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이통3사 가입자 5518만1523명 중 2G, 3G 가입자는 16.4%인 906만1194명이다. 이중 기본료 명목이 있는 표준요금제 가입자는 500만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66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전체 가입자에 적용하면 7조28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통3사는 새정부의 민생 공약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가입비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색이다.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 특히 3사 모두 상장사로 외국인 지분율이 42~49%에 달하는데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는 국민들이 모두 환호하는 정책이니 정치적으로는 멋진 캐치프레이즈이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보기에는 전혀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며 "통신사는 국민도 위해야 하지만 주주도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격까지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유화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정부가 통신사에게 통신요금 인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인위적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경우, 통신사 국유화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는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약대로 1만1000원씩 기본료를 없애면 'ICT 강국'을 이끈 주역인 이통3사는 4조3000억원 적자로 내몰려 차세대 통신인 5G 조기 구축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ICT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새정부의 공약도 '공언'이 될 공산이 크다.
김홍식 연구원은 "신정부가 4차 산업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인위적 통신 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공정거래실천모임은 이날 "국정기획위의 통신기본료 폐지 및 통신요금 인하 강요는 공무원에게 위법하거나 법적인 근거가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요금의 수준 및 구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적폐 청산을 외치며 집권한 새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기업경영에 간섭하고 기업에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은 구 시대의 '적폐'를 재현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