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2,288,000원 18,000 +0.79%)가 10여년 만에 산업용 로봇 사업에 재진출을 타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로봇 시장에 삼성이 다시 뛰어든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로봇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투자해왔던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소형 로봇 역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산업용 로봇 관련 경력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집 분야는 △산업용 로봇 개발 △로봇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 △메커니즘 디자인 등이다. 근무지는 경기 수원이며 필수 역량으로는 최소 6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경력 개발자 채용..드론도 만든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경우 정해진 대로 자동으로 물품을 운반하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기(UAV)를 주요 요소로 짚었다. 그 동안 드론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드론을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뽑는 인력은 노경식 마스터(임원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가 이끄는 글로벌기술센터(수원 소재)에 배치될 전망이다. 이 조직이 실제 양산 제품을 만드는 조직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드론이나 AGV를 직접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 현재는 로봇청소기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로봇청소기에 주행 기술이나 시각정보 처리 기술,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 등이 적용되고 있어 응용 연구도 가능하다. IoT를 연계해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홈에 적합한 제품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홈페이지를 통해 노 마스터는 “(IoT 시대로의)환경 변화에 따라 로봇 분야도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추세”라며 “공간적으로 로봇에 한정됐던 기능이 사물로 옮겨지는가 하면, 시간적으로도 기존 방법과는 다른 기술이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로봇·학습기술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 개발”하겠다며 “우린 또 한 번 빛나는 팀워크를 발휘해 보란 듯이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2년 만에 재진출..‘로보레이’ 주역이 이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당시 메카트로닉스연구소의 수직다관절 로봇 등 산업용 로봇사업을 공장 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로크웰오토메이션에 넘기고 일부 제품만 남긴 채 해당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후 삼성그룹 차원에서 로봇에 대한 투자는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노 마스터가 총괄해 개발을 진행한 휴머노이드 로봇(인간 형태의 로봇)인 ‘로보레이’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후속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가 ‘페퍼’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세계적인 이목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노 마스터는 2013년부터 글로벌기술센터로 소속을 옮긴 후 생활가전사업부와 함께 로봇청소기 제조에 나섰고, 현재도 로봇청소기의 주행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로는 삼성테크윈이 국방과 산업 분야에 활용할 로봇 개발에 열중했고, 2014년 2월 당시 삼성테크윈 대표이사였던 김철교 사장이 한국로봇산업협회장에 취임하며 열의를 보였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삼성이 협회에 참여하면서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삼성테크윈이 한화에 매각되면서 로봇 시장의 삼성의 존재감은 다시 약해졌다. 이후에는 로봇청소기와 삼성중공업(010140)(13,550원 450 +3.44%)의 자동화 설비 로봇 정도가 삼성 브랜드를 단 로봇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