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선군조선의 어머님'이라는 표현이 새겨진 비석이 건립된 사실이 확인됐다.
30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입수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지역 안의 만경교 가까운 곳에 설치됐다는 석비(石碑)에는 붉은 글씨로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1997년 10월 12일 '선군조선의 어머님'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와 함께 금강산을 돌아보셨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산케이는 건립 날짜가 적시되지 않은 이 석비에 등장하는 '선군조선의 어머님'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 비석을 통해 자신이 지도자 지위를 승계한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모친의 신격화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역사"를 전하는 비의 건립은 노동당의 중요한 사업으로, 김씨 일가의 최고 지도자 3대 이외에는 김일성 주석의 아내 김정숙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김정은의 생모에 대해서는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형인 정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생모인 고영희는 일본 오사카(大阪) 출신의 재일조선인으로, 북한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던 1970년대 초 김정일 위원장을 처음 만나 3번째 처가 됐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사실상 국모 역할을 했고, 2002년 내부 자료에서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표기됐다.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기록영화도 제작됐었지만 가장 격식 높은 비의 신격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에 유방암에 걸려 2004년 사망했는데, 당시 나이가 51~52세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한국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시설에 대해 "너절한 시설"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언론들은 아버지인 김정일이 추진한 사업을 김정은이 비판하는 이례적 사태라고 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비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을 배제하고 독자 개발에 초점을 맞춰 금강산을 세계에 널리 소개 선전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문의 내용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고영희가 김정일, 김정은 최고지도자 부자와 함께 금강산을 방문한 것으로 여겨지는 1997년 10월12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한다. 같은해 7월 김일성의 복상 기간이 끝나고 4일 전인 10월8일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 군사위원회가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했다고 선언했다.
비의 건립은 금강산 독자 개발의 의의와 고영희의 권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갖는다. 김정은 정권이 그리는 방향이 관광 자원의 독자 개발에 의한 외화 수입 증강과 어머니의 신격화에 의한 정통성 전설의 완성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읽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