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비롯한 핵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면제 혜택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시간 25일 I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사우디는 소량의정서(SQP)를 철회하고 모든 범위에 걸친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채택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말했다.
IAEA의 안전조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핵물질, 장비·시설 등이 핵무기 제조에 쓰이지 않도록 검증하는 사찰 활동입니다. CSA는 특정 국가와 IAEA가 모든 원자력 활동에 대해 안전조치를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안전조치협정 가운데 CSA가 사찰 단계가 가장 광범위하다.
CSA를 체결한 국가라도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분열성 물질(핵물질)을 보유한 시설이 없거나 양이 미미하면 별도로 SQP를 적용해 CSA의 사찰을 최소화하는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SQP 적용 국가는 IAEA 사찰을 받지 않아도 되고 핵 활동 정기 보고 의무 등이 면제된다.
아직 원자로가 없는 사우디는 2009년부터 SQP 적용 대상이었으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본격 추진하는 만큼 이런 사찰 면제를 포기하고 모든 핵 활동에 대해 사찰받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현재 리야드에 30㎾급 실험용 원자로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 원자로에 핵연료봉이 주입되면 SQP에 따른 사찰 면제 혜택은 폐지돼야 한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과 아직 (원자력협정을) 합의하지 않았지만, 사우디가 핵 프로그램 개발에 진지하다는 뜻"이라고 해설했다.
사우디가 평화적 원자력 개발을 추진하면서 SQP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IAEA의 입장이기도 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이날 사우디의 발표를 환영했다.
다만 압둘아지즈 장관은 사우디 정부가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서명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2015년 서방과 핵 합의를 맺으면서 추가의정서를 채택했다.
추가의정서는 CSA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더 강화된 핵사찰로 IAEA 사찰단이 핵물질이 없는 원자력 시설과 연구소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불시 사찰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