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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남원중 3학년 학생 80명 등 95명 참여… ‘제주의 아픈 역사’ 현장서 배우다
  • 김문석 제주 서귀포 김문석 기자
  • 등록 2025-11-24 2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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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일제강점기부터 제주4·3까지 ‘역사 바로알기 탐방’ 지속 운영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현장 ‘알뜨르비행장’에서 시작, 1950년 예비검속 희생 현장 ‘백조일손지지’에서 숙연함 더해
  • 제주4·3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서 비극의 흔적 확인, 학생들 “책에서 보던 역사… 현장은 더 깊고 아팠다”

[특별취재] 남원중 3학년 학생 80명 등 95명 참여제주의 아픈 역사현장서 배우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일제강점기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에서 ’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참여… ‘제주의 아픈 역사’ 현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사단법인 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대표 박은교)24일 남원중학교 3학년 학생 80명과 교사7, 봉사자회원 8명 등 95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의 아픈 역사 바로알기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제강점기와 제주4·3의 비극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 일대를 직접 걸으며 배우는 현장 역사 교육으로, 매년 도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어오고 있다.

 

탐방단은 전영미 전문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섯알오름 일대 알뜨르비행장을 먼저 찾았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일제강점기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에서 ’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참여… ‘제주의 아픈 역사’ 현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알뜨르비행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모슬포 주민들을 강제동원해 구축한 군사기지로, 전투기 격납고 20기와 활주로, 관제탑, 지하벙커, 고사포진지 등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1926년부터 10여 년 동안 건설된 이 비행장은 중국 난징 폭격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많은 주민에게 고통을 안겼다.

 

학생들은 콘크리트 격납고와 섯알오름 정상의 고사포 진지, 동굴진지를 직접 확인하며 역사책으로만 접했던 일본군의 만행이 실제 현장에서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일제강점기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에서 ’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참여… ‘제주의 아픈 역사’ 현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이어 탐방단은 6·25전쟁 직후 발생한 예비검속 학살지 백조일손지지로 이동했다.

 

1950820일 새벽, 모슬포경찰서 관내에서 검속된 주민 252명 중 132명이 섯알오름 탄약고에서 총살 및 폭파로 희생됐다. 시신을 즉시 수습할 수 없어 6년 뒤에야 수습이 가능했고, 훼손된 유해는 누구의 것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백 명의 조상, 한 일손()’이라는 뜻의 백조일손 묘로 합장됐다.

 

탐방 학생들은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올리며 숙연한 시간을 가졌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예비검속 희생자 희생터인 백조일손 지지에서 전영미 해설사 해설로 ’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참여… ‘제주의 아픈 역사’ 현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현장을 찾은 양신하 백조일손유족회 고문은 이곳에서 큰형과 사촌 형이 희생됐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청소년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바르게 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후 일정은 제주4·3 당시 완전히 소멸된 동광리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서 이어졌다.

 

19481115, 무등이왓 주민들은 토벌대에 의해 집단 총살당했고 마을은 다시 복구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학생들은 당시 마을의 흔적과 주변 지형을 살펴보며, “산간부락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폭도로 몰려 희생된 이들의 고통을 처음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영미 해설사는 제주4·3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가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역사라며 현장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원중 김ㅇㅇ 학생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현장은 너무 달랐다제주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예비검속 희생자 희생터인 백조일손 지지에서 ’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탐방기념 단체 사진 촬영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박은교 대표는 청소년들이 제주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해오고 있다앞으로도 역사바로알기와 함께 청소년 진로지원 프로그램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도 특별기획 현장취재로 67년 만에 동광마을 4·3로 되살아난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한 제주4·3의 비극 속에서 흔적조차 사라졌던 마을 무등이왓. 한때 사람들이 걸음을 옮기던 정겨운 옛 마을길은 이제 동광마을 4·3이라는 이름을 달고, 제주의 아픈 역사를 가장 생생하게 품은 교육의 현장으로 다시 서 있다.

 

영화 지슬의 배경지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1948년 미군정이 내린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소개령으로 인해 제주도민들이 혹독한 겨울 속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그 시절의 참상을 고스란히 증언 근거로 해설을 한다. 그 후 67년이 흐른 지금, 마을은 사라졌지만 역사는 여전히 살아 숨 쉬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제주4.3당시 잃어버린마을(무둥이왓) 피해현장 탐방’ 남원중 3학년 80명 등 95명 탐방기념 단체 사진 촬영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무등이왓 옛 집터 주변에 들어선 대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낮은 속삭임을 품고 탐방객의 귓가에 닿는다. 들릴 듯 말 듯 스며드는 그 소리는 마치 당시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공포와 비탄을 전하는 듯했고, 현장을 찾은 기자의 가슴 속에도 뜨거운 울컥함을 남겼다.

 

오랜 시간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마을의 팽나무는 무등이왓의 중심에 당당히 서 있다. 토벌대의 총성이 울리던 그날의 무게를 견디고 서 있던 팽나무는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맞으며 생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오늘도 말없이 그날의 비극을 증언하고 있다.

 

무등이왓을 향하는 길 곳곳에는 마을 주민들이 겪었던 비인간적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19481212~13일의 잠복학살터는 토벌대에 의해 벌어진 잔혹한 만행을 전하는 핵심 현장이다. 이틀 동안 이어진 조직적 학살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이유도 모른 채 스러져 갔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바람과 나무, 돌과 길이 그날의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 사진=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잃어버린마을(무둥이왓) 잠복학살터에서 전영미 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문석 기자 ⓒ뉴스21 제주 사회2부 기자

 

무등이왓에서 희생된 선인들은 모두 우리의 조상들이다. 그들의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제주4·3의 진실을 바로 기억하고, 왜곡 없이 전하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후손 모두의 책무이다. 역사는 바르게 알려져야 하며, 누구나 이 현장을 찾아 선인들이 겪은 비극을 마주하고 배워야 한다. 비록 마을은 사라졌지만, 기억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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