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로써 92년 전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 불굴의 인간 의지를 과시하며 정복했던 그 극점(pole)을 누구나 차를 타고 오갈 수 있게 되었다.
22일 더 타임스에 따르면 공사기간이 5년으로 예상되는‘남극 횡단 고속도로(Traverse Highway)’ 건설 주체는 미국 정부로 전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험하고 외로운 길’이 될 이 도로의 총길이는 990마일(약 1600㎞). 과학자 주둔 지역인 맥머도 사운드에서 시작해 극점의 스콧 아문센 기지까지 이어진다.
도로는 두꺼운 얼음층과 눈이 바다 위에 첩첩이 쌓여 이뤄진 로스 아이스 셸프(Ross Ice Shelf)를 건넌다. 이어 알프스만큼 높은 산들로 이뤄진 트랜스 애틀랜틱 산맥을 넘어 1만 피트(약 3048m) 높이의 얼음층을 지나 극점에 닿는다. 캐터필러(탱크 바퀴 같은 형태) 트랙터가 주로 다니게 되는데, 8마일 이상 속도를 내긴 어려워 끝에서 끝까지 열흘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도로가 완공되면 비행기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극점 지역 기지의 연중 가동이 가능해진다. 남극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것. 미국은 극점까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환경단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도로 건설이 더 많은 인간의 발길을 불러들여 ‘지구상 마지막 금단의 땅’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을 선점하려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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