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정착 탈북자에게는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나원을 갓 나와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탈북자. 배급제인 북한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이 한국 체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한 탈북자는 정착도우미의 권유로 백화점에서 30만원짜리 점퍼를 샀다고 했다. 초기 정착 시절에는 집에 숟가락도 없는 그들, 비싼 점퍼보다는 생활필수품이 더 시급하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한국 사람의 시각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조언하곤 한다.
점퍼를 추천하는 것이 나쁜 의도는 아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옷이 필요하기에 조언하는 것을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초기정착 탈북자에게는 두꺼운 옷보다 숟가락 하나가 더 절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답십리에 위치한 허름한 사무실, 이곳에 '탈북자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탈북난민인권연합이 위치해 있다. 30만원짜리 점퍼를 구입한 이 탈북자는 사무실을 방문하고 펑펑 울었다. 따뜻한 옷들이 가득하고 무엇보다 그들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탈북자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진심으로 가득하다.
(탈북자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탈북난민인권연합 창고 사진)
한 탈북자는 이곳을 방문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지고 가도 된다"는 말에 꽉꽉 눌러 담은 50kg의 마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갔다. 집까지 바래다줄 수 없는 직원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이야기하며 "나중에 또 오겠다"는 그들, 초기정착 탈북자에게는 모든 물건이 보물인 것이다.
이곳에는 한국정착 탈북자 뿐 아니라 중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을 위한 마대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중국 내 탈북자는 대부분 허름한 행색으로 알아차릴 수 있기에 이들의 북송을 방지하기 위해 신변보호용 옷을 보내는 것이다. 탈북자가 허름한 행색으로 중국의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는 옷과 양말, 신발, 가방 등 거의 모든 물건을 중국 내의 쉼터로 보낸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에게도 이 물건들은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보물'이 된다.
(중국으로 보낼 옷 정리를 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시린 발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기증받은 털 신발)
중국에 있는 탈북자에게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에게도 보물을 선물하기란 생각보다 쉽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보물을 선물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보물처럼 반짝반짝한 새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뉴포커스-
문의: 탈북난민인권연합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961-9 우성빌딩 312호
02)2212-1995 / 070-8270-8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