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를 기리기 위해 일본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에 세워진 기념비 앞에 심은 무궁화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 기념비 앞에 심어진 무궁화가 지난해 말부터 몇 번이나 꺾인 채 발견됐다. 이 무궁화는 지난해 10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심은 것이다.
무궁화가 꺾인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일본 시민단체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 측이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최근 또다시 누군가가 무궁화 줄기를 꺾어놓자 건립위원회 대표인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 리쓰메이칸대 명예교수는 11일 교토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담은 비석 앞에서 나무의 생명을 해치는 짓은 그만두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무궁화 주변에) 주의 안내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만약 다른 견해가 있다면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동주 시인은 교토 도시샤대 영어영문학과에 유학했다. 징병을 피하기 위해 귀국을 결심한 그는 1943년 5, 6월경 일본인 학우들과 우지시에서 야외 송별회를 했다. 그때 생전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고, 그 장소 인근에 기념비와 무궁화가 위치해 있다.
윤동주 시인은 사진을 찍은 직후인 1943년 7월 독립운동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됐고, 광복 전인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